김 씨 아들의 안경 이야기
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姓)은 김(金)씨입니다. 이름은 성진인데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으로 이룰 성(成) 보배 진(珍)을 씁니다. '보배를 이루다'라는 뜻인데, 어렸을 때는 제 이름의 의미를 깊게 생각 안 했었으나 지금 새삼 생각해 보니 '소중한 것을 이룬다'라는 참 좋은 뜻입니다. 특히 제 자신뿐만 아니라 제 주변의 소중한 이들도 이롭게 된다는 의미 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런 저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그땐 몰랐죠.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시력이 좋다는 것은 꽤나 큰 축복이라는 것을. 그러다가 안경을 멋으로 무척 쓰고 싶어진 순간이 오게 되는데, 그건 다름 아닌 욘사마. 저 중학생쯤 나왔던 드라마 <겨울연가> 속 배용준 배우 때문이었습니다. 멜로물의 남자 주인공이 안경을 쓰고 있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생각해 보니 오늘날까지도 그러네요), 드라마의 인기 덕에 배용준 배우의 바람머리, 머플러와 더불어 '안경' 패션은 정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지금에서야 찾아보니 그 당시 배용준 배우가 썼던 안경이 '폴 스미스(PAUL SMITH)' 제품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때는 철 없이 그저 안경을 쓰고 싶다는 이유로 눈이 나빠지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TV를 가까이서 보거나,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거나 등등. 방법은 꽤 심플했습니다. 그리고는 눈이 잘 안 보인다며 부모님께 안경을 맞춰달라 졸라댔죠. 부모님과 신이 나서 동네 안경점으로 향했던 희미한 기억이 있네요. 그렇게 제 안경 라이프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춘기를 맞이하고서는 뭐랄까 제 얼굴이 안경 쓴 모습보다는 벗은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땐 이미 안경을 벗으면 선생님의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을 시력으로 거듭났죠. 그래서 수업 시간에는 안경을 착용하고 쉬는 시간에는 벗기를 반복했습니다. 물론 가끔 운이 좋아 제 책상 자리가 앞쪽으로 배정되었을 때는 수업 시간임에도 안경을 끼지 않았는데, 열심히 실눈 뜨고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내용을 따라 적어 내려가다 보면 가끔 짓궂은 선생님께선 "성진인 왜 이리 찡그리고 수업을 듣니"라고 지적하시곤 했습니다.
막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런 제 상황은 썩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 꽤 잘 보이고 싶었던 학교 선배 누나랑 단 둘이 스타벅스를 가게 되었는데요. 제 생애에 첫 스타벅스 방문이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저는, 제법 사전조사를 했음에도 안경 없이는 먼 벽 쪽에 있는 메뉴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참 난감했었죠. 그냥 알고 있는 메뉴 하나, '카라멜 마끼야또'를 유려함 없이 외쳐댔고 결국 선배 누나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주문했던 창피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숏, 톨, 그란데, 벤티. 이 사이즈 용어들이 너무 어려웠어요)
하지만 제가 생활하는 내내 필히 안경을 쓴 공간이 있었으니, 바로 '군대'입니다. 어떤 실수라도 절대절대 용납되지 않는 공간이다 보니, 저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안경을 썼습니다. 저렴한 까만색 뿔테였고 뭐.. 아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후임들이 저를 '김(金) 보살' 선임으로 여겨준 데에는 안경도 한 몫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대라는 곳이 딱히 누군가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잘 묻어가고 싶다는 느낌이 강한 공간이니까요. 안경 쓴 제 모습이 어떻든 간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는 그해 겨울, 저는 안경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라섹을 받게 됩니다. 수술 후 회복하는 일주일이 꽤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눈이 찌릿찌릿 아팠던 통증. (캡틴아메리카가 아님에도) 제 피로 만든 혈청을 눈에 열심히 집어넣어 댔던 기억. 아, 아니구나. 실수로 혈청을 다 쏟아서 한 방울도 제대로 못 넣었던 기억. 하루하루 시력이 또렷해지는 신기함. 어느새 양쪽 눈 모두 다 2.0에 가까운 수치가 되며 모든 것이 잘 보이기 시작했을 땐, 그야말로 신세계였죠. 안경 없이도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다니.
그렇지만 사람은 참 간사한 망각의 동물이죠. 그렇게 얻어낸 시력의 고마움은 금방 잊혀지고 눈을 다시 막 쓰기 시작했어요.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부터 아주 극대화되었죠. 이건 사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실 것 같아요.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더라.. 쯧. 쯧. 쯧. 혀를 차며 그런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말이 나돌던 시기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조차 온 데 간 데 없고 스마트폰을 안 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어색한 시대가 되어버렸어요. 심지어 운전하면서까지도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스마트폰. 그래서인가 요즘 운전하다 보면 유독 접촉사고가 일어난 현장을 자주 목격해요. 분명 누군가는 전방 주시를 안 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겠죠.
아무튼 시답지 않은 김 씨 아들(金子)의 안경(眼鏡)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요. 제가 운영하는 태그모어에 금자안경(金子眼鏡)이 입고되었거든요. 검은색 뿔테이고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하나와 여분으로 투명 렌즈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요. 꼭 도수를 맞추지 않아도. 시력이 나쁜 분이 아니더라도. 노트북 작업용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잦으신 분들께 눈 보호용으로 강력 추천 드립니다. 당연히 멋은 덤이고요.
아참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일본 편집샵들과 합작으로 만들어진 금자안경은 보통 'KANEKO OPTICAL'이라고 새겨져 있던데, 개인적으로 저는 '金子眼鏡' 한문으로 새겨진 금자안경이 뭔가 더 순정 같고 멋지더라고요. 물론 태그모어에 입고된 안경은 후자 쪽이고요.
참고로 금자안경(金子眼鏡, KANEKO OPTICAL)은 일본 후쿠이현에서 1958년에 설립된 고급 수제 안경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명은 창립자의 성(姓)인 금자(金子, KANEKO)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정교한 수작업 방식으로 제작되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내구성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안경 애호가 분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