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하게 입어주세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먼저 ‘음악’이 좋습니다. 태그모어 매장에 이따금 흐르는 ‘RAIN’이라는 노래도 그의 작품 ‘언어의 정원‘ 대표 사운드트랙입니다. 들을 때마다 두 인물 간에 눈물을 흘리며 연약한 내면을 쏟아내는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썩 벅차올라요.
또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배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참 마음에 들어요. 물론 이따금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극 배경 자체가 없는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작가 본인이 실로 살아가는 일본 현대사회가 배경이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역이 넓은 듯해요.
그리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지막 이유. 바로 ‘하늘‘의 이미지입니다. 그의 작품을 떠올렸을 때 새파란 하늘의 색감이 깊게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야기 자체도 그렇지만, 새파란 하늘의 이미지 덕에 희망으로 가득 찬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제가 태그모어 운영하며 잦은 일본 방문으로 깨달은 바가 하나 있죠. 그건 바로 그 하늘의 색감이 단순히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리 구현된 바가 아니란 겁니다. 상대적으로 미세먼지가 덜해서 그럴까요. 일본의 하늘은 정말 파랗고 높디높은 날이 꽤 잦은 것 같아요. 부러워서 시샘 날 정도. 그래서 (물론 제가 이방인이라는 이유에서도 있겠지만) 일본만 가면 거북목이 치유될 정도로 하늘을 그리도 올려다봅니다.
그런 일본 하늘의 색감을 품고 온 치마 한 벌이 태그모어에 입고되었습니다. 바로 RON HERMAN[론 허먼] 치마입니다. 정말 오롯이 이 색감 하나 믿고 처음으로 입고해 본 브랜드입니다.
론 허먼은 본래 그 뿌리는 LA 발 브랜드이지만, 일본 내에선 agnès b, CAMPER, CANADA GOOSE 등을 전개하는 ‘SAZABY LEAGUE‘란 일본 기업이 2009년부터 운영을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엔 론 허먼의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2019년 이후부터는 글로벌운영권까지 취득 후 해당 브랜드 전개를 총괄하고 있어, 이제는 사실상 론 허먼은 일본 기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부디 이 론 허먼 치마를 하늘하늘하게 입어주실 분을 찾아봅니다.
앗 사진첩을 뒤적여보니, 태그모어가 있는 남산 아래 해방촌의 하늘도 높고 푸를 때가 은근히 많았네요. 마냥 일본 하늘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누리는 일상 속에서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