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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 SKATE CO.

식은 카레도 맛있는 것처럼

by 태그모어
자고로 음식은 뜨거워야 제 맛이다.


제가 차게 식어버린 음식을 데워 먹지 않을 때마다 저희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짝(?)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시간이 지나 식어버린 음식이 주는 풍미도 만만치 않게 좋거든요.


되려 혀가 데일 것만 같은 뜨거움은 맛을 무디게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막 조리한 음식은 보통 각 잡고 식사하기 마련이지만, 찬 음식을 먹는 경우는 보통 어제 먹다 남은 음식으로 부엌을 지나다 눈 레이더에 걸렸을 때죠. 가령 어제 배달시켰다가 남은 피자 2조각.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많이 주문하는 바람에 미처 다 먹지 못한 스테이크 몇 조각. 대학가 앞 식당에서 사리 추가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남아버린 닭갈비 등등. 뭐 다양할겁니다. 그렇게 철 지난(?) 것들을 살짝 맛보면 오히려 따끈따끈했을 때보다 만족감이 높은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태그모어에서 판매되는 아이템에도 이런 비슷한 맥락이 있습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형 제품들이 있는가 하면, 비록 출시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매력만큼은 신형의 배가 되어있는 구형 제품들 말이죠.






ENGINEERED GARMENTS


엔지니어드가먼츠는 일본 브랜드라 착오하기 쉬운데, 사실은 1999년 일본인인 다이키 스즈키가 '뉴욕' 기반으로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엔가 제품의 라벨들을 보면 'MADE IN USA' 라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엔가 제품엔 일본 문화와 감성이 깊게 베여 있는 터라, 일본이란 키워드를 배제하기는 어려운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명에서 느껴지 듯 엔가는 단순히 이쁜 옷이 아닌 '기능적'으로도 주요한 옷들을 만듭니다. 따라서 기능중심적인 밀리터리, 워크웨어, 아웃도어와 같은 의류로부터 모티브를 가져와 다양한 아이템들을 제작하는 멋진 브랜드죠. 또한 그 모티브를 정석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엔가만의 위트나 아기자기함을 한 두 방울 떨어 뜨립니다. 그래서 뭐랄까. 언뜻 보면 진부한데 뜯어보면 결코 진부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국내 팬층이 매우 두터운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구형


이런 엔가도 목 뒤의 브랜드 탭을 보면 구형과 신형으로 구분됩니다. 대략 2010년대 초를 기준으로 리뉴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구형은 'ENGINEERED GARMENTS'라는 문구가 중심에 적혀 있고 그 테두리엔 옷감을 가위로 재단하는 이미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반면 신형 탭은 'ENGINEERED GARMENTS NEW YORK'이라는 문구만 매우 간결한 폰트로 적혀 있죠.


신형


그래서일까요. 최근에 나오는 엔가 제품들은 보다 깔끔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이 많은 데에 반해, 구형 탭을 지닌 엔가 제품들을 보면 신형보다 색감이 훨씬 더 과감하고 디자인 자체도 다채로운 경향성이 느껴집니다.






MARGARET HOWELL


마가렛호웰은 1970년대 초 디자이너 '마가렛 호웰(MARGARET HOWELL)'이 영국에서 론칭한 브랜드입니다. 마가렛호웰 역시 일본 브랜드로 착각하기 쉬운데 근원 자체는 ‘영국‘ 브랜드입니다. 다만 1980년대부터 ABAHOUSE라는 일본 패션 기업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심플한 디자인, 좋은 원단,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큰 사랑을 받아 일본 내에서 유독 빠르게 성장했죠.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마가렛호웰이란 브랜드를 가장 넓고 깊게 누릴 수 있는 시장은 다름 아닌 일본이 되었습니다.


구형


이런 마가렛호웰도 엔가와 비슷한 맥락으로 목 뒤의 브랜드 탭이 리뉴얼되었습니다. 구형 탭의 MARGARET HOWELL 레터링은 필기체를 사용하여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더불어 브랜드 출신지인 ENGLAND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 점도 한몫합니다. 반면 신형 탭의 레터링은 산세리프체(고딕체)를 사용하여 보다 미니멀하고 간결한 느낌을 줍니다.


신형


그래서 구형 탭을 지닌 아이템들은 비교적 화려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지닌 것들이 많고, 신형 탭을 지닌 요즘 아이템들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분위기가 짙습니다. 이는 2003년부터 시작된 세컨드라인 캐주얼 브랜드 MHL.(MARGARET HOWELL LONDON)의 인기 덕에 기존 마가렛호웰도 MHL.에 영향을 받아 비슷한 방향성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POLAR SKATE CO.
PONTUS ALV


폴라스케이트는 2011년에 스웨덴 프로 스케이터 '폰투스 알브(PONTUS ALV)'에 의해 만들어진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입니다. 일본은 워낙에 대도시 중심으로 스케이트 문화가 강하기도 하고, BEAMS나 UNITED ARROWS와 같은 굴지의 편집샵에 입점되며 그 인지도가 올라간 케이스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뉴진스가 HOW SWEET으로 활동할 당시 멤버들이 착용했던 데님팬츠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폴라스케이트의 팬츠 중 대표 모델이 '빅보이(BIG BOY)' 데님인데요. 밑위가 긴 하이웨이스트에 밑단은 갈수록 좁아지는 배기핏 팬츠로 긴 기장에 여유로운 실루엣을 뽐내며 착용하기 좋은 팬츠입니다. 인기가 많아 매 시즌마다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고 있죠.


신형

높아진 인기로 이 빅보이 데님도 리뉴얼 과정이 한번 있었습니다. 직관적으로 딱 두드러진 특징은 코인 포켓 쪽 디테일. 폴라스케이트의 심벌 캐릭터 이미지가 신형은 좀 더 위와 같이 간결하게 들어갔습니다. 반면 구형은 얼굴뿐만 아니라 상의의 빨간색과 하의의 데님까지 구현하여 더 이쁘달까요.


구형


바로 이 구형 폴라스케이트 빅보이진이 태그모어에 입고되었습니다. 사이즈도 L사이즈로 다양한 허리 체형을 커버하기 좋은 사이즈입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을 보시면 밑단 뒤쪽에 찢어진 디테일이 있습니다. 정확한 히스토리는 알 수 없지만,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일본인에 의해 커스텀 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착용 후 걸으실 때마다 찢어진 부위를 통해 착용하신 이쁜 양말을 슬쩍슬쩍 뒷분에게 뽐내기 좋을 겁니다.


POLAR SKATE BIG BOY JEANS





이상, 식은 카레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매력을 뿜는 브랜드들에 대해 소개드려봤습니다. 제가 신선함을 위해 '식은 카레'로 비유했지만, 이미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단어가 있죠. 와인의 숙성도를 의미하는 단어, '빈티지(VINTAGE)'. 와인도. 카레도. 패션 아이템도. 그리고 사람도. 모두 시간이 덧대질수록 좋아지는 것들이라 믿고 싶습니다.


P.S.

폴라스케이트 빅보이진 구형의 미학은 단골손님께서 일러주셔서 저도 알게 되었으며, 이 글의 주제는 엔지니어드가먼츠 구형 탭이 매력적이다 말씀해 주신 또 다른 단골손님으로부터 힌트를 얻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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