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을 넘어 되고 싶은 나가 있다는 게 하나도 안 부끄럽다. 나는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하고 자전거도 좋아하고 탁구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봄날 산책을 사랑한다. 치료 때문에 격한 운동은 좋지 않다고 하여 좋아하는 운동을 모두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한 라인댄스도 어려워서 그렇지 즐겁다. 잘하지는 못하나 무엇을 해도 즐거워한다.
직장을 다니지 못하니,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하는 것처럼 9시 땡, 하고 사서가 문을 여는 동시에 들어선다. 그리고 퇴근 시간은 아들의 하교 시간이다. 월, 수, 금은 3시 30분, 화, 목은 4시다. 글을 쓰다가 혼자 눈물을 줄줄 흘리고, 옆 사람 보기에 민망하여 코를 푸는 척한다. 글이 쓰기 지겨우면 책을 읽는다. 요즘은 지구력이 약해 안톤 체홉이 좋다. 글이 짧고 인생을 바라보는 촌철살인이 기가 막히다. 사람의 마음이란 100년 전에도 그따위였구나 생각하면서. 점심은 가까이에 있는 분식집에서 먹는다. 아주머니는 단골인 내게 한 번도 싹싹한 적이 없지만 음식 맛은 최고다. 누가 달아 놓은 댓글에 공감한다.
이 집 김밥, 한 번 먹으면 다른 집꺼 못 먹어요.
무뚝뚝한 분이 장사 욕심도 없이 시큰둥한데 음식은 하는 족족 다 맛있어서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저런 스타일의 선생님도 멋질 것 같다. 무뚝뚝하지만 실력 있는.
10년 만에 만난 란이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예전에는 서로의 집도 가고 엄마도 보고 아빠도 보고 동생도 보고, 남편도 보고, 아들도 보는 사이였는데 바빠서 그동안 못 만났다. 그래도 연락은 주고 받은 게 다행이었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내가
- 란, 언제 시간 돼? 보고 싶은데.
- 언제?
- 화, 목은 언제든 돼.
- 그럼 오늘 보자.
- 오늘? 그래.
- 광화문 교보문고 2시.
- 그래.
10년 만에 만나는 것 치고 너무나 즉흥적이었지만 그렇게 만나는 데 성공했다.
가발을 써서, 얼굴에 병색이 있어서 부담스러웠고, 주책없이 울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게 주책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