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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은 아이

by 향기로울형

J랑 방과 후 기초학력수업을 하다가 동화 <백만 번 산 고양이>를 같이 읽었다. 백만 번을 살았고 백만 번을 죽었던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무수한 사람들의 소유가 되어 사랑받으며 살았지만 만족을 몰랐던 고양이는 어느 날 누구의 것도 아닌 고양이가 되어 살다가 하얀 고양이를 만나 사랑하고, 어린 새끼들을 사랑하다가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이상 살아나지 않았다고.

너는 백만 번 산다면 어떤 생을 살고 싶어?

내가 묻자 한참 고민하다가 아이가 종이에 썼다. 부자.

오 부자, 나도 그런데.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어?

그랬더니 J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부모님...

응 부모님?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끄럽게

부모님이...

그리고 한참 말이 없다.

부모님이 부자가 되어 행복하면 좋겠어?

네....

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나는 일순 아이가 특별해 보였다. 수업 중 자신의 이름이 한번 불리면 얼굴이 빨개지고 자신의 이름이 세 번 불리면 눈물이 글썽해지는 부끄럼 많은 이 아이가. 가난한 자신보다 가난한 부모가 먼저 떠오른 아이의 따뜻함. 나는 내 종이를 바라보았다. 나는 욕심이 더덕더덕 붙어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더 많이 예뻐지고 싶었고 더 능력 있어지고 싶었다. 이런 내가 얼마나 내 욕심으로 아이들을 괴롭혔을까. 오늘은 내가 이 아이의 예쁨을 배운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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