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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낳은 타인

by 향기로울형

부모 자식 관계도 결국 타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도 자녀였을 때 부모의 무리한 요구에 힘겨웠고, 우리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는 부모 때문에 낙심하고 분노하고 서글펐다. 이제 우리가 부모가 되어 자녀로 인해 밤잠을 못 이룬다고 자녀에게 하소연한들 그것이 어찌 좋은 효과를 내겠는가? 괜스레 하던 일도 던져버리고 싶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아이가 길을 나섰다가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한참을 가다가, 깨닫고 되돌아오면서 그래서 늦는다고 전화를 했다. 그래, 그러면서 다 배우는 거지. 안타깝지만 그렇게 아이를 다독이고 그게 아이의 이후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지하철을 거꾸로 타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실수, 혹은 선택일지라도. 오늘 아이가 시험공부 대신 잠을 선택하고, 내가 출력해 놓은 문제들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그 문제를 출력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고 따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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