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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선생님이 아빠에 대해 물으면 어떡해?

by 향기로울형

함부로 학생의 사생활을 묻지 않는다.

그것은 사유 공간에 대한 무단침입처럼 불쾌하고 예의 없는 짓이며 상처를 주는 것이며 당황스럽게 하는 것이다.

아빠가 없다든지 어려서 심리적인 혹은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다든지

원치 않는데 억지로 묻는 것은 실례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관계가 일 년짜리임을 알고 있다.

끝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교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상담 때 엄마가 털어놓기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중에 아빠 연락처를 비워놓는다든지,

가족 이야기를 하는 중에 어쩔 수 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래도 꼬치꼬치 묻지 않아야 한다.

마음을 열고 싶어서 연다면 괜찮지만 아니라면 아이의 침묵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나는 교사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면 말해줘도 좋고 말하고 싶지 않아도 좋아.

범죄자에게도 보장되는 미란다의 원칙,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학기 초 어떤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 아이가 선생님 상담을 앞두고 며칠을 괴로워했어요. 아빠 얘기 물으면 어떡하냐고요.

이 말을 하면서 어머님도 울먹였다. 정리되지 못한 가족 관계로 인한 상처와 슬픔을 다행히도 나는 헤집지 않았었나 보다. 아이가 상담을 마치고서 좋아했다고.


상담만큼 섬세함이 요구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섬세한 센서를 켜고 가장 섬세한 언어들로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


아... 예전에 상담이랍시고 무례하게 선 넘는 질문을 했던 제자들에게는 어떻게 사과하란 말이냐. 먹구름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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