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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관련된 막연한 불안

by 향기로울형

남들이 보기에는 엄마와 아들이 도란도란 잘도 이야기하네 하겠지만 실상은.

- 예고 편입시험에 붙을 거라고 용기를 줘.

- 내일이 중간고사인데 그건 걱정 안 하냐

- 월요일이 편입시험인데 그게 더 걱정돼.

- 슬퍼

- 왜? 엄마가 장염에 걸려서 며칠씩 고생하고 학교에도 못 가길 했어,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 편입 실기 시험을 앞두길 했어?

아들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도 그저 그런 투로 말했다.

- 왜, 엄마는 네가 아니니까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아? 장염에 걸린 것도 너고,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도 너라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 그렇지 않아?

- 멍텅구리

아들이 말이 없다.


인생은 그렇게 자기 혼자 목청껏 부르는 세레나데인가 보다. 상대가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혼자서 제 곡조에 취해 불러젖히는 사랑 노래인 게 분명하다.

밤새 아이가 방음 부스에 틀어박혀 고만고만한 노래를 이렇게도 부르고 저렇게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대견하다기보다 안쓰럽다. 그냥 노래 잘한다는 칭찬이나 들으면서 살지 어쩌다 노래로 밥 먹고 살 생각을 한 것인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느라, 공부 잘하는 놈들과 경쟁하느라,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느라, 직장에서 잘 해내느라 거듭 공부할 수밖에 없는 기구한 인생이 딱히 행복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 저 좋다는데. 내가 말릴 것은 뭐냐. 이다지도 열심인데 이런 너그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아닐 때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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