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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갈 보호자가 없어 응급실에서 퇴원 못한 너에게

- '너를 위한 애가'

by 향기로울형

그날 저녁 8시쯤이었어. 네 손목을 네 손으로 긋고 난 후 감정이 제 자리에 돌아왔을 때 응급실을 너는 홀로 방문했어. 왜 그런지 너는 자해를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이전보다 차분해졌어.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처참하지만 날은 맑은 것처럼. 의사 샘이 꿰맬 것은 꿰매고 나머지는 덕지덕지 드레싱을 한 후 가도 좋다고 했을 때에야 너에게 보호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보호자가 있어야 응급실에서 나갈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야.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어. 보나마나 술에 취해 있겠지. 통화가 된다고 해도 오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는 알았어. 아버지는 네가 해 달라는 것은 새벽이고 밤이고 다 해 주려고 했지만 그 공든 탑은 술 한 번이면 무너졌지. 술기운이 돌아서 그 충혈된 눈으로 네가 아끼는 강아지를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말이야.

쉼터 센터장님도 전화를 받지 않았지. 경기도 어디 멀리 멀리에 있는 집으로 퇴근 중이라고 메시지만 왔지? 그리고 누구누구한테 전화를 걸었더라? 학교 상담 선생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위센터 상담 선생님? 그리고 담임선생님? 핸드폰 연락처를 처음부터 끝까지, SNS 친구 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올렸다가 내렸다가 해도 막막했어.

이 밤에 너의 보호자라고 사인하고, 치료비를 지급하고, 너를 데려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너의 큰 목소리는 몇 번의 통화 끝에 점점 작아졌지.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말았지.


그 다정하던 사람들은 무엇이었을까, 다 거짓이었나. 너는 다시 기분이 벼랑끝으로 몰리는 것 같았어.

'아냐 내가 너무 무례한 거지. 그들은 가족도 아니잖아. 그들은 그게 직업이라고. 내가 선을 넘은 거야.'

아무리 달래보아도 달래지지 않았어. 무심한 간호사들만 이리 저리 움직이고, 모두들 제 자식을, 제 어미를, 제 아비를, 제 남편을 돌보느라 옷매무새가 어떤지, 뒤통수의 머리가 떡이 졌는지 어쨌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너는 울었어.

'나는 왜 그런 사람이 없나, 누가 한 사람만, 5분만 그런 사람 빌려줘요. 제발.'


에구 불쌍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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