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고 싶었는데 전화해봐야 아무 위로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못했어요. 그냥... 다른 사람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도 하나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더라구요. 괜히 좋게 한 말도 서운하게 들리고... 위로한다고 하는 말이요. 하여튼 그래요. 그런 생각하니까 전화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전화가 늦어졌어요."
나는 정말 의연했는데 큰올케언니의 전화에는 정말이지 눈물이 쑥 빠졌다. 큰올케는 빈말이 없고 진실한 사람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이 사람 저 사람 인사하느라 바쁘다. 식사를 마치고 언니네 주말농장에 가서 참외도 따고 상추도 가져가라고 하니 가네 마네 사람마다 분분하다. 나는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서 가지 않겠다고 했다. 다 같이 가는 줄 알고 미리 차에 타고 있는 올케언니에게 찾아가서 인사를 건넸다.
"언니, 저는 그냥 가려구요. 인사하러 왔어요."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면 될 것을 굳이 차에서 내려서 내게 온다. 그리고 예쁘게 만든 수제 지갑을 건넨다.
"일부러 만 원짜리로 넣었어요. 매일 한 장씩 두 장씩 꺼내 커피숍에 가서 커피 마시고 책 읽고 와요. 집에서 기운 없다고 누워있으면 힘드니까요."
지갑 안에는 만 원짜리가 50장이나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