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테만 사주는 남편

by 향기로울형

분명 커피숍 키오스크 앞에서 내 것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토스트를 눌렀다.

"(나는) 골랐어. 이제 아빠 골라!"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내 말과 다른 것을 주문했던 게 몇 번이던가? 내가 의사표현을 잘 못하는 것인가, 남편이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인가 의심하면서 이번에는 직접 누른 것이다. 두 시간 가까이 걸었던 터라 진심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주문한 음료가 나오자 종종종 걸어가서 쟁반에 담아 온 컵을 내려놓으며 남편이 이러는 게 아닌가?

"자기, 카페라테 마셔. 내가 자기 입맛에 맞게 시럽 한 번 반 눌렀어!"

참고로 남편은 아메리카노를 즐겨마시고 카페라테를 먹을 경우에는 시럽을 넣지 않고 마신다. 그러니까 정말로 내 것을 염두에 두고 카페라테를 가져온 게 맞다.(시럽도 정확하게 한 번 반!)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평소 같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고 싶다니까'라고 작게 투덜거리면서 그냥 권하는 대로 마신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이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왜 이러는 거지? 나를 무시하나?'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자동으로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자기는 본때를 보여줘야 해!"


나는 남편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몸이 으슬으슬하여 곰탕이 먹고 싶다가도 남편이 시원한 것을 원하면 저절로 시원한 냉면이 먹고싶어지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만큼은 아니어도 남편 기분 따라 내 기분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자주 느끼는 착한 아내다. 그런 아내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게 하다니, 정말 이번에는 남편이 잘못한 게 맞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실천한 '본때'란 뭐냐....

내가 애초에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당당하게 마시는 것이다. 시럽 넣은 들척지근한(분명 맛은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것이지만 남편의 입맛에는 그럴 것이다.) 카페라테는 남편한테 먹으라고 하고.

"응, 맛있네. 맛있어."

남편은 무안해하며 카페라테를 마셨다.


며칠 동안 내가 뱉은 '본때'라는 말이 걸려 자꾸만 미안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말을 자꾸 무시하는 남편이 잘못한 게 분명하고 앞으로 우리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따끔함이었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래도 본때라는 표현은 너무하잖아.'

제풀에 켕겨서 남편에게 말했다.

"이제는 그러지 마. 그냥 내 말을 믿어.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고 싶다면 그런 거야."

그때 남편이 말했다. 마음에 하나도 켕기는 것 없다는 듯이 흐르는 물처럼.

"알았어. 근데 그거 알아? 자기가 흰 우유 못 마시는데 카페라테는 잘 먹길래, 우유 먹이려고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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