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유파방이지?

by 향기로울형

옛날 우리 옆집에 살던 네 살짜리 아이가 생각난다.

"너 이름이 뭐니?"

"주봉이"

"응, 주봉이야?"

"아니, 주봉이."

"그러니까 주봉이."

"아니, 주, 봉, 이"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어이가 없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 그애 엄마에게 진위를 확인해 보니 아이의 이름은 수봉이였다. 아이가 혀짧은 소리로 발음한 것이 그렇게 된 거다. 발음은 '주봉'이라 해도 제 이름이 수봉이인 것은 명확하게 알고서 끝까지 '주봉'이를 외치는 그 애가 웃기고도 귀여워 죽는 줄 알았다.


나중에 우리가 이산 가족이 된다면(언제적 마인드냐), 만약 보이스피싱으로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사칭한다면 아들임을 확신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는 무엇이 있을까 논의한 적이 있었다. 논의 끝에 낸 결론은 이것이다. 다음 단어들의 뜻은 무엇인가?(이 단어들은 아들들이 막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혀짧은 소리로 발음했던 것들이고 우리 가족은 그 의미를 모두 안다. )

1번. 후다이

2번. 컴뎀데

3번. 미퉁이

4번. 유파방


1번은 출발, 2번은 컴퓨터, 3번은 미끄럼틀이다. 세 가지는 우리 가족들 사이에서 쉽게 독해가 되었다. 발화 상황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번은 향찰 해독만큼이나 오랫동안 미궁에 빠졌던 단어다.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유파방이지?"

"응?"

"유파방"

유파방은 무엇일까,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도 도저히 해석이 안 되었다.

"원아, 유파방이 뭐야?"

"아빠지"

그러다가 어느 밤에 갑자기 그 답이 떠올랐다!

"유서방!"

친정 엄마가 항상 남편에게 유서방 유서방 하니까, 그것을 들은 아들이 그렇게 말했던 거다.

"아빠는 유서방이지!"



이전 07화카페라테만 사주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