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10화

인공장군 장량의 최후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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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 동탁의 패전 소식이 전해졌다. 황제는 노하여 하진에게 그를 즉시 체포, 낙양으로 압송할 것을 명했다.*63 이미 여남의 황건적은 토벌되었다고 하나, 기주의 본거지를 격퇴하지 못하는 한, 이 난은 계속될 것이었다. 주준의 남부 전선에서 아직 승전보가 오지 않았고, 거리 역시 주준은 먼 데 반해, 황보숭은 가까웠으니, 황제는 황보숭에게 칙서를 보내, 기주의 황건적을 토벌하도록 명하였다. 이제 막 연주 동군에서 황건적을 격파한 황보숭은 그 즉시 군을 채비하여 북진하기 시작한다. 황보숭군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니, 병사들은 강행군에도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장각의 죽음 이후 광종을 지키고 있던 장량에게도 전해졌다.

광종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도를 깨우쳐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았던 대현량사이자 천공장군 장각이 병으로 사망하자, 군중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소식 들었는가? 천공장군께서 사망한 이유가 질병이었다네.”

“아니, 남의 병도 고치는 분께서 왜 자신의 병은 고치지 못한 것인가?”

“필시 씻지 못할 죄를 지으신 게 아니겠는가?”

“우린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이라도 항복해야 하는가?”


곧 들이닥칠 화마 앞에서 군중의 동요는 장량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상대는 명장 황보숭. 지금 동요하는 군심을 잡지 못한다면 승산이 있을 리 없었다. 그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형님, 어찌 이리 위급한 시기에 가신 것이오. 내 능력이 부족하여 공업을 이룰 수 없을 듯 하니, 나도 곧 따라가겠소.’


그 때, 장각이 앉아 태평경을 즐겨 읽던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잡고 흐느끼는 장량 앞에 하얀 연기가 치솟더니, 곧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장각이었다. 얼굴은 평안해 보였으며, 생전의 아팠던 기색도 없이 허리를 꼿꼿이 세워 동생 장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형님! 살아 돌아온 것이오? 황보숭이 온다고 하오! 빨리 내게 명령을 내려 주시오! 내 적들을 모두 베어 버리겠소!”


그러나, 장각은 그를 온화한 모습으로 바라만 볼 뿐 말이 없었다.


“형님! 무슨 말이라도 해보시오!”


그러자, 장각은 단 한 마디를 남기고는, 다시 연기처럼 사라졌다.


“나를 배웅할 때, 나를 논하라.”

“형님! 그게 무슨 말이오! 형님!”


허공에 소란을 부리는 장량의 소리를 듣고는, 부하들이 급히 들어와 장량을 살핀다.


“무슨 일이십니까, 장군!”

“형님을 뵈었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장군까지 정신을 놓으시면 우리 목숨은 내일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다.. 분명 뵈었다.. 나를... 배웅할 때... 나를... 논하라?”


그 때, 장량에게 불현 듯 어떠한 생각이 스치니,


“형님의 시신은 어디에 있느냐!”

“제를 시작하려면 조금 시간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아니다! 지금 당장 형님의 장사를 지낼 것이다. 급히 준비하라. 그리고 성 안의 모든 병사들은 각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을 제외하고 참석하도록 명하라!”


장량이 급히 달려 나가 장사를 준비 중인 군중들을 헤치며 들어가, 장각이 담긴 관을 열고 시신에게 속삭인다.


“형님, 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았소. 내 지금은 형님을 욕보이겠으나, 꼭 적들을 도륙하여 형님의 시신을 북망산 가장 높은 곳에 묻어, 죽은 천자들을 호령하도록 해주겠소.”


곧 장사가 시작되니, 장량은 장각의 관을 제단에 모시고는, 복희와 노자의 위패를 놓고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는 장량의 일장 연설이 시작된다.


“들어라. 천공장군께서는 생전 도를 깨우쳐 자신의 병은 물론, 불쌍한 백성들의 병을 고쳐주셨다. 고금을 통틀어 장군과 같은 자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군께서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사방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자들은 통곡을 하기도, 어떤 자들은 자리를 떠나려 하기도 하였다. 그 때, 장량은 눈물을 참으며 연설을 계속한다.


“씻지 못할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장군께서 이곳에서 건재하셨으나, 용감한 전사들이자 장군의 수족들이라 할 수 있는 파재와 장만성, 조홍 등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숨어 지내는 처지가 되었으며, 그들을 따르던 수십만의 우리 백성들이 죽거나 흩어졌다. 하늘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죽게 한 장군의 죄에 노하여 장군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십 수개의 대소방이 건재하니, 하늘은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천공장군께서 지은 죄를 우리가 씻겨드려야 장군께서도 편히 눈 감을 수 있지 않겠느냐? 지금 여기서 우리가 패한다면, 우리 모두 하늘의 죄를 받아 죽게 될 것이다. 오직 승리만이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며, 우리가 살 길인 것이다. 지금 이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적들이 승전을 거듭하는 정예라 하나, 그들도 인간일 터, 분명 지쳐있을 것이다. 지친 병사는 용병의 근심 중 하나라 하였다. 지금 바로 그들을 요격한다면, 우리는 하늘이 내린 명을 수행하여 승리할 수 있다. 나를 따르겠는가!”


연설이 끝나자, 통곡하던 이들도 다시 무기를 잡고 일어섰으며, 자리를 떠나려하던 이들도 돌아와 함성을 질러댔다.


“창천이사 황천당립!*64”

“창천이사 황천당립!”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외치는 함성은 마치 낙양의 황제에게까지도 들릴 듯 했다. 이에 장량은 그 즉시 자신의 직속 대방의 병사들을 소집했다. 그의 직속 병사들은 그가 오래전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직접 훈련시킨 정예였다. 특히 장량은 그들에게 관군에게서 노획한 병장기들 중 가장 좋은 것들을 무장시켰다.


‘형님, 미안하오. 그리고 갈 길이 바빴을 텐데 들려줘서 고맙소. 내 꼭 형님을 좋은 곳에 모시겠소’


눈물을 흘리며 갑옷을 착용하는 장량에게 부하들이 그를 걱정하며 묻는다.


“1개 대방으로는 너무 적지 않겠습니까?”

“무릇 기습이란 신속하고 은밀하게 하는 것이다. 대병이 움직인다면 그들도 쉽게 알아차릴 것이고, 기습의 장점이 사라지는 법이다. 너무 걱정 말아라. 적들은 급히 움직이고 있으니.”


장량은 투구를 쓰고 말에 올라 외친다.


“적장을 베는 자, 대방장이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


한 편, 강행군중인 황보숭은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집결지가 머지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 지금 속도를 유지하라!”


바로 그 때였다. 앞서가던 두 명의 첨병이 허겁지겁 달려오는게 아닌가.


“보고 드립니다! 한 무리의 적들이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최소 1만은 되어 보입니다.”

“항상 버티기만 하던 기주의 도적떼들이 어찌 이리 병을 움직였단 말인가!”


황보숭은 행군을 멈추게 하고 급히 병사들에게 진영을 갖추게 하였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병사들의 진영이 갖춰지자, 정적과 긴장의 기운이 감돌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마치 그 흙먼지들과 하나인 듯한 노란 군대가 그들의 앞에 당도했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멀리서 어떠한 말을 하자, 그의 병사들이 큰 소리로 복명복창을 하니, 그 소리는 우레와 같았다.


“나는 인공장군 장량이다. 내 너희들을 기다린 지 오래다. 잠시의 시간을 주겠다. 무기를 버리고 달려오는 자들은 베지 않을 것이다.”


황보숭의 관군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윽고 장량이 손짓을 하니, 북이 올리는 동시에 노란 두건을 쓴 자들은 황보숭의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장량의 직속 대방은 강했다. 더욱이, 출정 전 장량의 연설로 사기가 충천한 상태였다. 한 시진도 안 되어 황보숭군은 밀리기 시작했다. 황보숭군 역시 전투 경험이 풍부했고, 연이은 승리로 사기가 높았으나, 강행군으로 지쳐있는게 문제였다. 적들과 흙먼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연 전쟁터에서, 황보숭은 고민한다.


‘지금 맞붙고 있는 서로의 병력은 비슷해 보인다. 지금 이대로 싸우면 대등한 소모전의 양상이 될 것이고, 저들에게 지금의 병력은 일부에 불과하니, 이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전쟁의 승리는 확신할 수 없다.’


결심한 황보숭은 눈물을 머금고 퇴각의 명령을 내린다. 퇴각을 알리는 북이 울리자,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적들과 싸우길 멈추고 칼을 휘두르며 20여 보 뒷걸음질 치다가, 방패를 등에 업고 맹렬히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본 장량은 추격하려는 병사들을 제지시키고 외친다.


“하하, 저 도망가는 꼴을 보아라. 추격할 필요는 없다. 적들은 천하 끝까지 줄행랑 칠 것이다. 우리는 성으로 돌아간다!”


장량은 승전의 기쁨을 하곡양에 주둔 중인 형 장보에게 알린다. 장보는 동생의 승전을 기뻐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장량에게 서신을 쓴다.


「형님이 승천하시고 처음으로 받아보는 승전보구나. 정말 잘 했다. 적들의 기세가 크게 꺾였으니, 황천의 기치 아래 모인 이래로 이렇게 사기가 높아진 적이 없었다. 허나, 황보숭 그 자를 얕보아서는 안된다. 방비를 철저히 하고, 영내 간자들의 색출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 서신은 전해지지 못하게 된다.


퇴각한 황보숭은 병사들을 추려 상백*65에 급히 군영을 세우고는, 피해 상황을 보고 받는다.적들의 병사가 많지 않아 포위를 당하지 않았기에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았다. 풍부한 실전으로 병사들이 훈련받은 대로 질서 있게 퇴각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장보와 장량의 병력을 합치면 대략 20만. 2만이 안 되는 병력으로 그들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기발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황보숭은 급히 부장들을 소집하여 명령을 내린다.


“지금부터 1만의 병사들을 바로 재우도록 하라. 오늘 새벽에 움직일 것이다.”

“병사들이 지쳐있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쉬어야되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적들은 오늘의 승리로 교만해져있을 것이다. 오늘을 놓치면 적들의 경계가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니, 오늘 밤이 기회다.”

“병력이 너무 적습니다.”

“5천은 나와 먼저 간다. 나머지 5천은 반 시진*66 뒤에 따르게 하고, 내일 정오가 되면 1개 부만 군영을 지키게 하여, 나머지 5천은 아침에 출발하여 성 뒤의 계교에 매복시켜 놓도록 하라.”


오늘 새벽에 있을 사활을 건 전투를 앞두고 황보숭은 억지로 잠자리에 들었다.


한 편, 승리하고 돌아온 장량은 장각의 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제단에 술을 올리고 있었다. 아까의 연설과 오늘의 승리로 황건적의 병사들은 그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이른 저녁, 아문장*67이 그에게 다가와 묻는다.


“별도 내리실 절도가 없으십니까?”

“적들과 싸우느라 형님을 제대로 보내드리지도 못했다. 오늘 밤은 병사들을 많이 먹이고 쉬게 하라. 적들도 당분간은 싸움을 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량의 큰 착각이었다. 광종성 내에는 이미 황보숭의 많은 세작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대부분 여남과 영천에서의 패잔병을 가장하여 잠입한 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죽은 복사와의 인연을 꾸며 몇몇 대방장과 대화할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그래, 니가 죽은 복사의 부곡*68이었다고? 복사는 어찌 죽었느냐? 남긴 말은 없었느냐?”

“장렬하게 끝까지 싸우다 생포된 후 처형되었습니다. 소방장께는 죽는 그 순간까지 황천당립을 외치셨습니다.”

“아.. 슬프구나.. 그래, 적장 황보숭은 어떤 자인가?”

“논하는 자들이 그가 뛰어난 명장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패한 건 그저 운이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실로 명장이었다면, 오늘과 같이 줄행랑칠 일이 있었겠습니까?”

“그렇다! 인공장군께서도 오늘 밤은 푹 쉬라 하셨다. 너도 가서 마음껏 먹고 쉬거라.”


복사의 부하로 가장한 세작*69은 그 즉시 성을 빠져나가 황보숭의 군영으로 달린다. 그리고 황보숭의 아문에 당도하자, 선잠을 자던 황보숭은 즉시 일어나 보고를 받는다.


“오늘 밤 적들의 경계가 허술할 것입니다.”

“그래, 수고했다. 너는 즉시 계교로 건너가, 내일 아침 우리 매복군이 당도하기 전 그 일대 상황을 살펴서 보고하라.”


깊은 밤의 침묵이 계속될 것만 같은 인시*70. 황보숭과 5천 군사들은 은밀히 무장하고 대장의 군영 앞에 집결하고 있었다.


“우리는 은밀히 광종성을 친다. 지금부터 말소리를 내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짧은 절도에 사기를 북돋는 함성도 없이, 5천의 군대는 강물에 흘러가는 낙엽과 같이 조용히 행군을 재촉한다. 황보숭의 작전계획은 간결하고도 명확했다. 선발 5천이 은밀히 광종성에 접근하고, 반 시진 간격으로 나머지 5천 후발대가 그 뒤를 따른다. 이들은 묘시의 시작*71과 함께 선발대는 북문, 후발대는 서문과 남문을 일시에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나머지 병사들이 군영을 출발하여 동문 바깥 계교 일대에 매복할 것이다. 일부러 성의 사방을 포위하지 않고, 동문을 비워두어 퇴각을 유도하고*72, 매복으로 일망타진하는 계획이었다. 북문에 도착한 선발대는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 쌍의 전령이 황보숭에게 도착하여 상황을 보고한다.


“후발대가 도착했습니다. 현재 서문과 남문 일대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다. 너는 바로 돌아가서 함성이 울리면 그 즉시 공격하라 전달하라.”


고요한 광종의 새벽. 닭이 울고 저 멀리 동이 트려 하고 있었다. 전령이 되돌아가는 시간을 계산한 황보숭은 이윽고 명령을 내린다.


“돌격하라! 궁병은 성벽에 적군이 보이는대로 화살을 뿌리고, 그 외 병사들은 사다리를 올려 벽을 넘어가라!”

“와아아아아아아”


황보숭의 선발대가 함성을 지르니, 남문과 서문에서 대기하던 병사들도 그 즉시 성벽을 향해 돌격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즉시 성 내부의 세작들은 여기저기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불이야!!”

“적군이 나타났다!”

“불을 꺼라!! 우선 불을 꺼야 한다!”


난리통에 잠이 깬 장량은 급히 아문장을 찾아 묻는다.


“왠 소란이냐?”

“적들의 기습입니다! 군영이 불타고 있습니다. 즉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아니다! 도망가서는 안된다! 어서 나의 갑주와 투구를 가지고 오라!”


성 내는 아비규환이었다. 이 때 장량이 나타나 명령을 내린다.


모두 무기를 들고 적들에 맞서라! 그리고 아녀자들은 냇물을 받아 불을 꺼라!”


장량의 독려에 황건적들은 적들의 맹렬한 기세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그 때 남문을 지키던 병사가 다급하게 달려와 외친다.


“남문이 열렸습니다! 적들의 세작들이 남문을 열었습니다!”

“제9, 10소방은 당장 남문으로 달려가 적들을 막으라!”

“북문이 열렸습니다! 북문에서 적들이 물밀 듯이 밀고 들어옵니다!”

“1. 2대방은 나를 따르라! 내 직접 북문으로 갈 것이다!”


그 어떤 전투가 이처럼 치열했을까. 함성과 비명, 그리고 피비린내가 장렬한 합주를 하는 듯한 상황에서, 장량이 말을 타고 밀려오는 관군들에 자신의 직속 대방들과 함께 맞서고 있다.


“저자가 장량입니다. 활을 쏘아 맞히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다. 저자가 살아서 동문을 나서야 한다. 동문이 비었다는 사실을 그가 보고받아야 한단 말이다.”


이윽고, 황보숭이 외친다.


“깊이 들어가지 말라! 성벽과 성문을 점거하라!”


황보숭의 절도에 관군들은 일제히 뒷걸음질 쳐, 성문과 성벽 일대를 점거하고 농성하니, 이는 마치 성 내에서 포위된 형국이었다. 게다가, 성벽에서는 궁수들이 높은 이점을 이용하여 황건적들에게 화살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이에 황건적들이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니, 이렇게 양 군은 서로 대치하며 잠시의 평화가 흐른다. 그리고 이 때, 남문을 맡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장량에게 보고한다.


“동문에서는 적들의 세가 약합니다. 우리가 점거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알겠다. 계속 엄중히 지키라 하라.”


그러나 장량은 의심했다.


‘왜 동문을 비워놓았단 말인가. 동문까지 점거하기엔 병력이 부족했던 건가.’


장량은 불길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어 자신의 심복들에게 명하여 남문의 공략을 명한다. 성 내에 있는 자들이 성 외부의 적들이 함락한 자신들의 성문을 역으로 공략해야하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이는 여의치 않았다.


“적들이 성벽에서 화살을 쏘아대니,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1개 소방이 전멸했습니다!”


그럼에도 장량은 선뜻 동문을 빠져나가길 주저했다. 이렇게 몇 시간이나 흘렀다. 장량은 결단을 내려야했다.

“지금은 우리가 포위된 형국이다. 해가 지면 우리는 몰살당하게 된다. 좋은 방도가 있느냐?”

“동문으로 탈출하여 계교를 건너 퇴각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남아 다리를 끊겠습니다!”

“적의 함정일 수 있다.”

“저들 외에 함께 움직인 병력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음.. 좋다. 은밀히 대소방들에게 일러 동문으로 퇴각하도록 하라.”

“노인과 아이, 아녀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다. 가족들을 버리고 도망한다면, 병사들이 싸울 이유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겠느냐? 다 같이 간다.”


장량은 급히 장각의 관을 몸소 지고, 아문을 나서 동문으로 향했다. 동문의 성벽과 성문은 황건적이 점거하고 있었다. 간간히 북문과 남문 경계에서 작은 싸움들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대병의 움직임은 없었다.


“우리 병사들이 동문을 다 나설 때 까지 너희들은 이 곳을 끝까지 지켜라. 내가 너희들과 함께 할 것이다.”

수많은 황건적 병사들이 동문을 나서 계교를 건넜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는데도 다리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을씨년스러웠다. 부상자들의 신음 소리와 남편을 잃은 아녀자의 통곡,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만이 그 침묵에 대항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황건적들의 절반이 계교를 건넌 듯한 그 순간, 전방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일어났다.


“장군! 매복입니다! 전방에 적의 매복이 나타났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어떻게든 돌파하라 일러라!”


그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잠자코 보고만 있던 서, 북, 남문의 관군들이 갑자기 태세를 바꿔 동문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장량을 잡아라!”


황건적 군은 다리를 중간에 놓고 양쪽으로 배수진이 된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전방에서 사람이 죽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이미 강은 피로 물들어 붉게 변하고 있었다. 그 때, 동문을 지키고 있던 장량에게 황보숭이 멀리서 소리친다.


“어서 도망가거라! 그리고 그 관은 놓고 가거라!”

“와하하하하하”


한 쪽에서는 관군들의 야유, 다른 한 쪽에서는 자신의 병사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귓구멍을 점령한다. 장량은 이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돌격을 명하는 북을 쳐댔다. 강을 등지고 동서로 포위된 장량군과 이를 포위한 황보숭군 간의 아귀들의 먹이다툼 같은 싸움은 해질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땅은 핏물이 강처럼 흐르고, 강물은 시체들로 인해 그 흐름이 바뀔 정도였다. 황건적들 중 죽은 자들만 3만에 강물에 빠져 익사한 자가 5만에 달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장량이 끌려온다. 황보숭은 포박되어 끌려온 장량에게 말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내 시체는 어디든 버려도 좋소. 다만, 내 형님의 관은 양지바른 곳에 묻어줄 수 있겠소?”

“불가하다. 지존께서 그의 목을 원하신다.”

“그렇다면, 노인과 아이들, 그리고 아녀자들의 목숨은 보전해주시오.”

“그건 내가 따로 주청을 드리겠다.”


황보숭은 장량의 목을 베고, 관에서 장각의 시신을 꺼내 역시 목을 벤 후, 노획한 전리품들 및 포로들과 함께 낙양으로 보낸다. 황건적의 근거지인 광종이 떨어지니, 황천의 시대는 시작과 동시에 저물고 있었다.


탁송지주


*63 후한서 동탁열전에서는 ‘군이 패하여 죄에 해당했다.’라고만 나와, 그가 면직에서 그쳤는지, 압송되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노식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그 역시 압송되었을 것이다. 그는 훗날 황보숭이 노식을 변호하면서 함께 사면된다.

*64 파란 하늘이 지고, 노란 하늘이 누런 하늘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한나라는 화덕의 나라로, 그 국색이 붉은 색이나, 여기서 파란 색은 한나라 황제의 복색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65 광종현의 남단.

*66 1시간.

*67 장군의 군영 입구를 지키면서 아문기를 관리하는 무관직.

*68 병사 또는 사병을 뜻한다. 초기의 부곡은 의협심으로 뭉치기도 하였고, 배운 자들도 있었으나, 이후 통일 국가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역할이 전투보다는 생산 쪽에 치우치게 되면서 그 대우가 비천하게 되었다. 한반도의 천민 구역인 향, 소, 부곡 중 부곡이 바로 수나라 이후의 부곡의 처우에서 유래했다.

*69 간첩.

*70 새벽 3시~5시.

*71 새벽 5시.

*72 광종성의 동쪽에는 계교, 즉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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