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11화

완성의 혈투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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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준은 장만성의 뒤를 이은 조홍을 베었지만, 완성의 황건적들은 한충을 지도자로 세워 거센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적장을 베어 사기가 크게 올랐지만, 병력은 2만도 채 되지 않았고, 황건적은 아직도 10만에 가까운 대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주준은 완성의 서남쪽에 토성을 쌓아 성 내의 형세를 관망하면서, 적들이 약탈 작전을 행할 수 없도록 포위를 강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언제 또 조정에서 재촉하는 독군사자*73가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고심을 하고 있던 찰나, 손견이 계책을 간한다.


“성동격서*74로 적을 교란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자세하게 말해보라.”

“현재 우리는 서남쪽에 토산을 쌓았습니다. 우리가 그 곳에 올라 위세를 부리면 적은 응당 우리의 모습을 성 내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니, 서남쪽의 방비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 때 중랑장께서 대병을 거느리고 반대편의 성벽을 넘어 적을 공격하십시오.”

“병력이 충분하겠는가.”

“위세를 부릴 병력은 3천이면 충분합니다. 사마 장초가 이 임무의 적임자입니다.”

“좋다. 그러면 내가 1만5천을 끌고 동북쪽을 공략하겠다.”


날이 밝기 전, 장초는 힘쓰는 역사들에게 은밀히 토산에 많은 깃대를 세워놓도록 하고, 주준은 남양태수 진힐, 형주자사 서구와 함께 적들의 성을 공략할 준비를 하였다. 이윽고 날이 밝자, 장초는 3천명을 지휘하여 토산에 오르도록 하고, 함성을 지르며 성 내에 화살을 퍼붓도록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즉시 성 내 황건적의 우두머리 한충에게 보고되었다.


“대방장! 적들이 남서쪽 토산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화살세례를 퍼붓고 있습니다!”

“뭣이! 놈들이 화살로 접근을 통제하면서 성벽을 넘으려는 수작이구나. 당장 모든 대방을 서남쪽 성벽의 수비에 투입하라! 그리고 서문과 남문에는 각 2개 소방을 배치하라!”


성 내의 황건적은 서문과 남문, 그리고 그 사이의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장초는 이를 보고 방패병들을 앞세우고는 궁병 부대를 독려하여 더 많은 화살을 쏘게 하였다. 황건적들 역시 노획한 방패들로 벽을 세우고는 관군들이 성벽을 타고 넘어올 것을 대비하면서, 일부 아녀자들은 돌을 성벽으로 주워 나르며, 뜨거운 물을 끓이면서 지원했다. 황건적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토산에 올라 훤히 보고 있던 본 장초는 속으로 탄식하니,


‘아! 저런 노력을 나라를 위해 썼다면 저 들 중에 장군과 제후가 나오지 않았겠는가!’


더 이상 탄식할 겨를이 없었다. 장초는 그 즉시 날랜 자 둘을 뽑아 성을 우회하여 반대 쪽에 매복 중이던 주준의 군대로 향한다.


“적들의 군세가 남서쪽으로 몰렸습니다! 사마께서 지금이 때라고 하셨습니다!”

“좋다! 지금부터 달려나가 적의 성벽을 오른다!”


사기충천한 관군들은 함성을 자제하고 일거에 뛰어 성벽으로 향하니, 흙먼지가 자욱하게 깔리고, 이윽고 선두의 사다리들이 성벽 곳곳에 놓아진다. 그리고 사다리를 가장 먼저 타는 자는 사마 손견이었다.


“자! 내가 가장 먼저 오를 것이다! 내 뒤를 따르라!”


그제서야 병사들이 일거에 함성을 지르며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오른다. 먼저 성벽에 오른 자들은 동아줄을 내려 성벽으로 오르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뚫기도 했다. 가장 먼저 성벽을 오른 손견은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과 함께 소규모 수비병들을 베며 성문으로 향했다.


“적들의 수비병을 모두 도륙하라! 그리고 성문을 열어라! 지금 올라오는 병사들은 성문 앞에 진영을 유지하라!”


손견의 일사분란한 지휘아래 성문이 열리고, 1만 5천 관군들은 순식간에 완성의 동문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한충에게 전달된다.


“대방장! 큰일 났습니다! 적들이 성벽을 넘었습니다!”

“뭣이! 이게 속임수였다는 것인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한충은 급히 병력들을 동남쪽으로 돌리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주준과 손견이 이끄는 관군들이 벌써 그들 앞에 당도한 것이다. 당황한 한충은 퇴각을 결심한다.


“성문을 열어라! 당장 성문을 나서 북쪽으로 우회하여 굴신성*75으로 간다!”


남서의 토산을 지키던 장초가 이를 보고 있을 리 없었다. 그 즉시 추격을 명하니, 성벽에 바짝 붙어 북쪽으로 탈출하는 황건적들 중 등을 베어 죽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손견 역시 성문을 나서 그들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그러나 적들의 수는 5배가 넘는 상황. 일부 노인들과 아이, 아녀자들을 포획하는 동시에 주준이 명령을 내린다.


“추격 말라! 각 성문을 완전 점거하고, 성 내부를 수색하라! 성 내의 안정이 우선이다!”


주준의 병력이 적들에 비해 적었으므로, 추격 동안 성을 다시 잃을 수 있음을 염려한 주준은 추격을 중지하고, 완성을 완전 점거한 후, 다음을 도모하려 하였다. 장만성에게 완성을 탈취 당한 이후 처음으로 되찾은 것이다. 성 내는 축제 분위기였다. 이에 손견이 외친다.


“우리가 비록 성을 되찾았으나, 적들은 아직 군세를 유지하고 있소! 더욱이, 그들의 병력은 우리의 몇 배나 되니, 당장 오늘 밤 성을 기습한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오! 어서 빨리 방비를 갖추고 적들이 모여 있는 성을 포위해야 하오!”


주준이 옳다 여겨 군기를 바로 잡고, 각 성문에 수비병을 배치한 뒤, 굴신성을 포위하도록 하니, 농성중인 한충은 급히 성문을 닫고 탄식한다.


“큰일이구나! 얼마 되지도 않는 군량 그 조차도 모두 잃고 말았다!”


한충이 사람을 시켜 굴신성 내 저각*76을 조사해보니, 수많은 황건적들의 하루치 식량도 되지 않았다. 이대로 성이 포위된다면 그들은 성 내에서 굶어죽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한충은 여기서 약탈을 위해 성을 버리고 나가야 할지, 당장 다시 싸워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귀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적병들이다! 적들이 몰려온다!”


망루에서 경계를 하던 황건적 병사가 소리를 치니, 한충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성을 지켜라! 각 대방들은 하나의 성문씩을 맡아 방비하라! 그리고 나머지 소방들은 출격 준비를 하라!”


당장이라도 싸울 각오를 가졌던 한충이었지만, 누각에 올라 적들의 포위를 보니, 그 망이 촘촘하기가 바늘조차 나갈 틈이 없었고, 전열은 엄숙해 보였다. 결국 한충은 모든걸 포기하고는, 항복을 뜻하는 백기를 내거는 동시에 주준의 진영에 사람을 보낸다.


“우리 대방장*77께서는 지난 날의 과오를 씻고, 허락하신다면 그 즉시 군대를 해산하여 모두 선량한 백성으로 돌아가게끔 하고자 하십니다. 부디 살 길을 열어주시길 청합니다.”


투항 의사를 전하러 온 사자의 말에 영 내는 곧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 때 형주자사 서구 등이 간한다.


“적들은 비록 죄인들이긴 하나, 원래 우리의 백성들이었습니다. 마땅히 그들의 투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옳습니다. 양 사도*78께서도 우두머리만 베는 것이 마땅하다 하셨습니다.”

“저 들을 모두 벨 수도 없고, 가둘 옥사와 그를 관리할 옥리들도 부족하니, 그리 하시지요.”


서구와 진힐, 장초의 의견으로 분위기는 투항 쪽으로 기울고 있었으나, 곰곰이 생각하던 주준이 말을 꺼낸다.


“저들은 황상의 땅을 무단 점거하여 유린한 도적떼들이다. 고금에 저런 자들을 살려둔 예는 없었다. 더욱이 저들이 해산하여 생업에 힘쓸 것이라 하나, 황건적 일당들이 완전 소탕되지 않은 이 때, 만약 다시 그들과 합류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때마다 토벌하고, 놓아주고를 반복할 수는 없다. 지금 그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주준은 그 즉시 사자의 목을 베고 제장들에게 총 공격을 명한다.


“와아! 와아!”


관군들이 일거에 네 성문과 성벽에 들이치니, 한충은 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 명령을 내린다.


“즉시 백기를 내리라! 그리고 모두 죽을 각오로 항전하라! 성을 빼앗기면 우리는 모두 죽음이다!”


황건적들이 죽을힘을 다해 관군들을 막으니, 주준의 군대는 어느 한 쪽의 성벽도 공략할 수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준은 퇴각을 명하는 북을 치도록 하고, 전군을 다시 포위망의 형세로 돌려놓는다.


그날 밤, 주준은 장초와 함께 토산에 올라 적들의 형세를 살펴본다. 공격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서 뭔가 결정적인 계책이 필요했다. 한참 동안 고심한 주준은 장초에게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한다.


“1만 명이 한 마음으로 싸우면 그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저들은 10만 가까이 되지 않는가! 이기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하물며, 저들은 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 역시 당연하다. 우리가 패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묘책이 있으십니까?”

“저들은 식량이 없으니 곧 날이 밝으면 포위망을 풀고자 죽자 사자 싸우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이긴다 하더라도 우리의 병력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즉시 포위망을 풀고 우리는 완성으로 들어간다. 군량이 떨어진 적들은 필시 성 밖을 나올 것이니, 그 때 추격하여 들판에서 승패를 결정해야 한다.”


주준은 즉시 군영으로 돌아가, 날이 밝기 전에 모두 완성으로 철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소식은 역시 한충에게 전해졌다.


“적들이 완성으로 퇴각한다고? 잘되었다. 지금은 밤이니 필시 적들의 매복이 있을 것이다. 추격을 금하고, 날이 밝는 대로 우리는 성을 빠져나가 동쪽으로 향한다. 아직 여남 일대 패잔병들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그들과 규합하여 각 현을 되찾고, 세를 재건하는 수 밖에 없다.”


날이 밝자, 황건적들은 일제히 굴신성의 동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주준에게 보고되었다. 주준은 급히 투구를 쓰고 제장들에게 명한다.


“적들이 완전 빠져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 시진 후 그들의 뒤를 따라 잡는다! 각자 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작전에 임하라! 그리고 각 첨병들은 백 보 거리로 놓아, 적들의 방향을 놓치지 않게 하라!”


명을 받은 첨병들이 성문을 은밀히 빠져나가고, 완성 내 병사들은 부산해지기 시작한다. 각자의 임무에 따라 대열을 짠 후, 숨죽이고 있던 병사들 앞에 주준이 나선다.


“보고에 따르면 적들은 지금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굶주린 저들은 가장 가까운 현들부터 약탈하며 동진할 것이다. 손견! 너는 기병대를 끌고 북쪽으로 우회하여 적을 질러가 앞을 막아라! 그리고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성을 나서니, 그 위세는 땅을 가를 듯 했다. 관군이 한충의 황건적 군대를 따라잡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굶주렸기에 인근의 박망현을 약탈하고 있었으니 진군이 느렸던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박망현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현의 백성들보다 더 많은 약탈꾼들은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민가 곳곳을 약탈하고, 식량을 서로 먹을 것이라 다투며 서로를 죽이는 데에도 서슴지 않았다. 그 때였다. 저 멀리 북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리니, 황건적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약탈을 멈추고 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한충은 다급히 퇴각의 북을 울리도록 명하며, 다급히 외친다.


“지금부터 쉬지 않고 여남 땅까지 퇴각하라! 앞서는 자들은 적당한 곳이 나오면 그 즉시 보고하라!”


한충의 지시에 황건적들은 부리나케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곳엔 한 무리의 기병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손견이었다.


“이제야 오느냐! 나의 붉은 두건을 기억하느냐!”


앞 길이 막힌 한충은 기병대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보고 옆의 소방에게 묻는다.


“저자는 누구인가?”

“손견이라는 자입니다. 지난 완성 전투 때 가장 먼저 성에 올라 아군을 도륙하던 아귀같은 놈입니다.”


뒤에서는 주준의 본대가 쫓아오고, 앞으로는 손견의 기병대에 막힌 상황. 한충은 겁을 먹고 다시 명을 내린다.


“북쪽으로 가라! 각자 도생이다! 모두 살아남아라!”


그러나 주준과 손견의 협공에 그들은 소나기 속 황사처럼 쓸려나갔다. 관군들은 도망가는 황건적들을 도륙하니, 잠깐의 추격에서 죽은 자가 1만에 달했다. 그리고 한충 또한 포위되어 사로잡히고 말았다. 다급한 한충은 말을 타고 뒤쫓던 진힐을 보고 무언가 말을 하려 하였다.


“내 지금 즉시 투항...”


한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힐은 한충의 목을 베었다. 이를 보던 황건적들은 투항을 포기하고 다시 살 길을 찾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보던 황건적 대방장 손하는 병사들에게 급히 외친다.


“한충 대방장이 죽었다! 이미 동쪽과 북쪽으로 도망간 무리들이 있으니, 적들은 그들을 추격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완으로 간다! 나를 따라 오라!”


추격의 허점을 노린 손하는 병사들을 인솔하여 다시 완성을 점령하려 한다. 대부분의 병력은 추격에 차출되었으므로, 완성에는 수비 병력이 적었다. 이윽고 완성은 다시 일시적으로 황건적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추격 중이던 주준에게 급보가 전해진다.


“완성이 함락되었습니다!”

“뭣이! 전군 추격을 중지하고 다시 완성을 되찾는다!”


완성을 탈환한 손하는 병사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굶주리고 지친 병사들은 경계를 뒷전으로 하고, 서로 식량을 탐하기 급급했다. 곧, 적의 관군이 들이치니, 성문과 성벽을 지키는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손하는 성을 지킬 수 없음을 깨닫고 북문을 빠져나와 다시 굴신성을 점령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군대는 그의 1개 대방 뿐이었고, 굴신성의 수비병들은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화살 세례를 퍼부었다. 손하는 굴신성 점령을 포기하고 대방을 이끌어 다시 북으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서악현에 이른 후 정세를 보자, 관군들은 추격을 포기한 듯 했다.


“일단 이곳을 약탈하여 배를 채운 후, 우리는 산으로 올라간다!”


손하는 현의 저각을 약탈하여 병사들을 먹이고, 인근의 정산*79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주준의 척후병에 의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적들은 이미 흩어져, 손하라는 자의 직속 부대만이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현재 정산을 점령하고 농성하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시간을 주어서는 안된다. 흩어진 적들이 곧 다시 모일 것이다. 지금 당장 그들을 친다!”


주준은 즉시 병력을 소집하여 정산으로 향하니, 연속되는 전투에도 병사들에게는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어느 때나 다름없이 손견이 말을 타고 선봉에 서고, 그 뒤를 진힐, 장초 등이 따르고 있었다. 곧 산이 보이자, 손견은 손짓을 하여 병사들을 멈춰 세우고는 형세를 살피며 장초에게 말한다.


“산의 북쪽엔 호수가 있소. 그 급도를 끊으면 적들은 알아서 물을 찾아 내려올 것이오.”

“좋은 생각이오!”


즉시 정예병을 차출하여 산 북쪽의 길을 막으니, 정산의 황건적들은 물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포위한 지 3일을 지나자, 산에 갇힌 황건적들은 물을 찾아 내려오다 관군들의 칼에 맞아죽는 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야속하게도 빗물 한 방울 내려주지 않았다. 갈증에 허덕이던 병사들의 탈영이 속출하자, 손하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그 결단은 바로 장엄한 마지막의 수채화와 같은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 돌격을 뜻하는 북을 힘껏 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천지를 가를 듯한 함성과 수많은 노란 두건들이 마치 먹이를 앞에 둔 아귀처럼 사납게 적들을 향해 달려 나갔겠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앞서지도, 아니, 일어서지도 않았다. 모두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와아! 와아!”

“손하를 베어라!”


한 무리의 관군이었다. 선봉으로 보이는 빨간 두건을 쓴 사내는 마치 들판의 잡초들을 삼키는 화마처럼 모두를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황건적들을 베고 또 베었다. 그리고 그 살육은 한 나절이나 계속 되었다. 죽은 자들만 1만에 달했으며, 이렇게 장만성 이후 득세했던 남양의 황건적들은 완전히 토벌되었다.


탁송지주

*73 군대를 감찰하여 황제에게 보고하는 관직

*74 동쪽을 치는 척 하고 실제로는 서쪽을 치는 전술

*75 완성의 동북부

*76 창고.

*77 한충을 뜻한다.

*78 사도 양사를 뜻한다. 당시 양사는 사도가 아니었으나, 존중의 의미로 과거 가장 높은 관직으로 칭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79 서악현의 서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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