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은 손권처럼 은밀하게

삼국지 영웅들처럼 살아가기 #2

by 탁송지
7.png


우리에게는 우리의 웅대한 계획을 주변에 떠벌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자신의 계획을 주변과 공유함으로써 확신과 공감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지 말라.


손권은 형주의 관우를 칠 때 여몽, 손교 등 최소한의 인사들과 이를 은밀히 논의하였다. 일을 실행한 육손 역시 계획에 없던 인물이었으나, 육손이 자신의 계책을 훤히 알고 있는 것을 알게된 여몽이 그 지략을 높이 사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끌어들인 것이다. 손권은 이 계책을 상당히 오랜 기간, 그리고 은밀히 준비하였다. 훗날 손권의 숙장이 되는 전종도 이 때 관우를 도모할 계책을 내었다. 그 계책이 그들이 은밀히 모의중인 계책과 매우 비슷하였고, 손권은 이를 묵살하였다. 당시 전종은 손권의 이너써클이 아니었다. 전종이 손권의 사위가 되고 본격적으로 신임받기 시작하는 때는 그로부터 10년 후, 손권이 제위에 오른 이후이다. 즉, 관우를 도모할 계책은 오나라 내에서 꽤 오랜기간 손권이 신임하는 극소수의 신하들만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관우는 자신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서황에게 패하고 나서야 알게된다. 육손이 병사들을 상인으로 위장시켜 강릉성을 점거하고, 미방과 사인이 배반했다는 사실을 일이 벌어진 후에야 뒤늦게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손권은 그토록 바라던 형주를 손에 넣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정치적 요충지로 두어 훗날 형주의 치소나 다름없었던 무창에서 제위에 오르게 된다.


계획을 발설하여 부정적인 기를 받아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미신스러운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습관을 거두라는 것이다. 자신의 웅대한 포부와 계획을 말하고자 하는 욕망을 제어할 수 있다면, 매사 말을 아낄 수 있을 것이고, 실언이나 허언으로 인해 그 계획에 방해될 사안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계획이 결과로 실현되었을 때, 그 때 한껏 말하라. 그래도 늦지 않다.


보통 영업 수완이 뛰어난 자들의 면모를 보면, 말을 잘하는 자들보다, 듣는 것을 잘하는 자들이 많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개인 이유도 이 때문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제갈량처럼 손절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