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2화

치명적인 배신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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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조정의 모두가 태평도의 수상한 움직임을 모르고 있진 않았다. 사도 양사*7는 영제에게 표를 올려 이 사실을 보고하려 하였다.


“장각이라는 자가 백성들을 현혹하여 세력을 키우고 있으니, 당장 각 주와 군에 명을 내려 토벌해야 합니다. 이걸 묵인한다면 분명 난이 될 것입니다. 즉시 각 주의 자사들에게 명하여 이들을 해산시키고, 그 우두머리를 잡도록 칙서를 내려주시길 간청합니다.”


이 소식은 거록에서 형세를 판단하고 있던 장각의 귀에도 들어갔다. 장각은 즉시 마원의에게 사람을 보내고, 이를 서봉과 의논하게 하였다. 명을 받은 마원의는 급히 서봉을 찾아가 이를 고하니,


“큰일입니다. 사도 양사라는 자가 태평도의 토벌을 주청했다 합니다. 고견이 있으신지요?”

“아, 내 그 일은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양사 그 자는 일전에 감히 중상시 조절 등의 탄핵을 입에 올렸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는 자요. 그 뿐이오? 원가의 원외가 사도에 임명된 것을 잘못되었다 주청한 일 등으로 황제의 총애와는 거리가 먼 자요. 그 상소는 천자의 손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걱정은 내려놓으라 전하시오.”


자신의 상소가 황제의 집무실까지 전해지지 않자 낙심한 양사는 병을 얻어 면직되고 만다.


거록에서는 거병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장각의 동생 장보가 헐레벌떡 그의 집무실에 들어와 고한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파촉 일대의 모반*8이 실패로 돌아갔다 합니다.”

“그게 사실이냐? 그 곳 백성들은 폭정으로 아내와 자식을 팔고 스스로 목을 벨 정도로 절망에 빠져있지 않았느냐. 조금 더 버텨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찌 무능한 황제와 조정에 굴복하고 말았단 말이냐!”

“일을 서둘러야겠습니다. 일전에 우리의 본의를 알아본 양사가 태위로 복직하고, 사도부 속관 유도라는 자가 또 태평도의 토벌을 주청했다 합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내 이미 손을 써놨으니. 그의 상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곧 갑자년*9이 도래하니, 조금만 참고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낙양에 은거하여 일을 꾸미던 마원의는 갑자년의 도래가 다가오자, 형주와 양주로 향하여 수만 군세의 결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일은 돌아오는 3월 5일로, 장각이 대길하다 예언한 날이었다. 다만, 마원의에게는 근심이 하나 있었으니, 과연 서봉 등이 약속대로 거사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였다. 마원의는 마지막으로 당부하기 위해 백 대의 수레에 재물을 쌓고 서봉을 방문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의 거사는 그리 순탄치 않게 흘러가게 된다.


제남 출신 당주는 장각이 신임하는 부하였다. 장각은 거사를 앞두고 낙양에서 호응할 서봉 일행에게 이를 알리고자 그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내부의 적이 더 두려운 존재라 했던가. 당주는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


‘내가 이 사실을 고하면 변방의 제후 자리 하나 즈음은 따 놓은 당상이 된다.’


그 즉시 하진을 찾아가 고하니, 낙양에서 서봉 및 그 일행들과 밀통 중이던 마원의, 그리고 낙양 일대에서 은밀히 일을 꾸미던 태평도 일원과 이들에 매수된 수비병들이 모두 처형되고, 조정에서는 즉시 기주로 병사를 보내 장각을 체포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곧 거록의 장각에게도 보고된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당주 그 자가 배반을 했소. 마원의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곧 토벌군이 들이닥칠 것이니, 당장 대책을 세워야 되오!”

“내 그 소인배를 믿은 게 천추의 한으로 남겠구나. 기일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지금 즉시 각 주의 방에 연통하여 봉기하도록 하라! 그리고 나는 바로 업을 점거할 것이다.”


이윽고 병사들을 소집하여 단에 올라 연설을 하니,


“들어라. 황제*10 이래 많은 제왕들이 나라를 일으켜 그의 통치를 따른다 하였으나, 평온했던 시기가 과연 몇 세대나 되었는가? 얼마 되지 않는 족속들은 배부르고, 힘없는 백성들은 당장 오늘을 걱정하며 살아온 지 수 천년이다. 지금의 황실 역시 다를 것 없다. 한을 세워 스스로 천자라 칭한 자들이 한 일을 보라.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그에 추종하는 탐관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왔다. 이제 머리에 노란 두건을 둘러라.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각 대, 소방*11들은 병력을 모아 각 군의 치소를 점령하라. 그리고 각 성문에 갑자*12를 새기라.”


탁송지주

*7 양표의 부친. 양사는 사도를 2번 역임하였는데, 이 상소는 두 번째 역임 기간인 179년 이후에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 양사는 양표를 낳았고, 양표는 양수를 낳았다.

*8 당시 파촉 7대성의 큰 난 즉, 판순족의 난이 있었으나, 182년 조정의 사면을 조건으로 와해되었다.

*9 184년

*10 여기서 황제는 천자의 뜻이 아닌 중국의 시조 즉, 헌원을 뜻한다.

*11 일종의 장군 편제이다.

*12 甲子: 갑자년 즉 184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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