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갑자년
184년 2월. 장각은 스스로 천공장군에 오르고. 장보를 지공장군, 장량을 인공장군으로 임명하여 전국에서 동시 거병, 신도들에게 황건#13을 두르게 하니, 이른 바 황건적의 난이다. 그 즉시 각 주와 군의 치소를 점거하고, 황건을 두르지 않은 자들을 약탈하며, 각 국의 유씨 왕들을 인질로 사로잡으니, 천하가 진동하였다.
영제*14는 하진을 대장군으로 삼아 낙양으로 통하는 각 요충지를 지키게 하고, 황보숭 등을 불러 대책을 논하였다. 황보숭이 간하길,
“당고*15로 인해 수배중인 자들을 사면하여 그들을 회유하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 만약 장각 무리에 호응한다면 일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한, 그들을 임용하여 변란을 토벌하게 한다면, 족히 쓸 만할 것입니다.”
“좋은 얘기다. 중상시 서봉과 봉서도 이 일에 연루되었다 들었다. 당인들을 탄핵하고 귀양보낸 자들이 저 중상시들 아니냐? 마땅히 당인들을 사면하고, 중상시 저 놈들은 모두 목을 베어야 한다. 장균이라는 자가 올린 상소를 보라. 저들이 원흉이라 하지 않느냐.”
이에 중상시들이 앞 다퉈 재산을 내놓고 잘못을 비니, 영제는 도리어 십상시를 베라는 상소를 올린 장균을 죽였다. 그리고 황보숭과 함께 노식, 주준 등에게 중랑장 직을 내리고 황건적을 토벌하게 하니, 이 소식은 이제 막 업을 점령한 장각에게도 전해진다.
“장균이라는 자가 십상시를 베라는 상소를 올렸다가 도리어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만약 그의 말대로 황제가 십상시들을 도륙하였다면, 이 거사의 명분에도 금이 가지 않았겠느냐. 이처럼 옳은 말을 하는 자들이 오히려 죽음을 당하는 나라를 내 어찌 가만둘 수 있겠느냐? 우리가 급한 일로 기일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하늘이 우리를 돕는 이유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걱정이 있구나.”
백성들의 먹고 살기 위한 단순한 욕망을 내건 거사에서조차 먹고 살 걱정을 해야 역설. 장각에게 보급은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비록 당장에는 교인들이 바친 재물들이 있다 하나, 전쟁이 장기전의 양상을 띄게 되면 30만 병사의 군량을 조달할 방안이 약탈을 제외하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각이 수도의 관리들을 포섭하고, 각 지에서 동시 거병하도록 한 것도 전쟁을 속결로 끝내기 위해서였다.
“아우야, 듣기로는 대장군 하진이 경사를 지키고, 각 중랑장들이 부절을 받아 토벌에 임한다고 한다. 그들은 훈련받은 관군이라, 전쟁이 꽤 오래 지속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방책이 있느냐?”
동생 장보가 골똘히 생각하다 말하길,
“형님, 우리가 안평왕과 감릉왕을 사로잡고 아직 죽이지 않았으니, 이들을 이용할 만 합니다. 이들의 몸값이 적어도 1억 전은 될 것이니, 당장 이 곳의 군비를 대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장각은 이를 옳다 여겨, 그 즉시 낙양의 조정에 안평왕 유속과 감릉왕 유충의 몸값을 요구하는 사자를 보내니, 영제가 이들의 몸값을 지불하였다.
탁송지주
*13 일종의 피아식별띠이다.
*14 한나라 27대 황제로, 헌제의 부친이다.
*15 한 말 두 번에 걸친 청류파 탄압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