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4화

소년 영웅, 데뷔하다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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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부절을 받아 황건적 토벌의 명을 받은 주준은 고민이 있었으니, 병력의 문제였다. 황건적은 그 수가 헤아릴 수 없는 대병이었고, 황제가 그에게 내린 병사는 고작 2만이 전부였다. 그는 고향*16에서부터 따라온 사마에게 물었다.


“병사가 적으니 고민이구나. 방법이 없겠느냐?”

“듣자하니 오군 부춘현 출신 손견이 지금 하비승으로 있으니, 그를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손문대! 내 그 자를 안다. 내 고향 일대에 큰 모반이 있었을 때 그가 약관도 안된 나이로 활약하지 않았느냐?”

“아마 부름에 응할 것입니다.”


이에, 주준이 조정에 손견을 자신의 사마로 삼도록 주청을 올리니, 황제가 허락하였다.

하비왕*17 유의는 이미 난을 피해 도망하여 그 소식조차 끊겼으니, 홀로 국을 지키던 주부가 조정의 칙서를 받고, 급히 손견을 부른다.


“네가 이번 황건적 토벌에 우중랑장 주준의 사마로 차출되었다. 내 병권이 미약하여 내어줄 군대가 없으니 어찌하면 좋으냐.”

“걱정 마십시오. 올라가는 길에 뜻 있는 장병들을 모으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손견이 길을 떠나면서 회수와 사수 일대 마을이 있는 곳마다 깃대를 세우고 황건적 토벌 군대를 모으니, 그를 흠모해온 청년들이 구름떼같이 몰려들었다. 손견은 그 중 힘깨나 쓸 것 같은 자들 1천명을 추려 연주로 향하였다.


한 편, 장각은 기주 일대에 터를 잡고 주둔하였으나, 그 즉시 낙양으로 군을 끌고 출병할 수는 없었다. 거사의 핵심이었던 수도 낙양 및 경사 일대의 호응이 부하의 배신으로 수포로 돌아간 결과였다. 차선책은 각 지에서 거병한 황건적들이 각 주와 군의 치소를 점령하고, 낙양을 포위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에게 가장 기다리는 소식이 있었으니, 남양의 전황이었다. 남양 땅은 수도 낙양의 남쪽 요충지이니, 이 곳이 확보된다면 자신이 주둔 중인 거록과 남양 즉, 동과 남으로 낙양을 공략할 수 있는 터였다. 더욱이, 형주 일대 도위부의 병력이 낙양을 지원하는 길도 차단할 수 있으니,*18 방어적으로도 남양은 그에게 꼭 필요한 거점이기도 했다.

184년 3월, 장각에게 기다리던 승전보가 날아오니, 장만성이 남양 태수 저공을 죽이고 남양의 치소를 점거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여남 각지에서도 황건적의 깃발이 펄럭이게 되었고, 기주 북쪽 유주에서도 황건적이 승리하여 유주 자사 곽훈이 사망하고, 치소인 광양을 점거하였으니, 이제 장각에게 후방의 근심도 사라지게 되어, 한나라 황실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이런 정세는 곧 영제에게도 보고되니, 영제는 태위*19 양사를 불러 이 일을 논한다.


“도적떼에 연루된 백성들은 죄가 없으니, 마땅히 우두머리들만 처벌해야 합니다. 그들을 은혜로 다스린다면, 필시 앞다퉈 항복할 것입니다.”


양사는 이미 사도였던 시절, 장각이 모반을 일으킬 것을 예측한 바 있으니, 조정에 그보다 황건적에 대한 습성을 잘 아는 자는 없었다. 양사가 말하는 방책은 적의 대장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일반 가담자들은 용서하기로 하여, 황건적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위 병사들의 항복을 종용하고, 내부로부터의 분열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허나, 영제는 양사가 황건적과 내통했음을 의심하여 그를 파직한다.*20 나라의 위기 속에 현인이 이와 같은 대우를 받으니, 하늘은 정녕 장각에게 계시를 준 것일까. 형주에서 장만성이, 예주에서 파재가, 그리고 기주에서 장각 형제들이 낙양과 경사 일대를 에워싸려 하고 있었다.


“이 곳의 군비는 당분간 문제가 없다만, 파재가 이끄는 군대가 걱정되는구나.”

“형님, 걱정하지 마슈. 파재는 병서를 읽은 자가 아니오? 승리할 게요.”


탁송지주

*16 양주 회계군

*17 당시 하비는 왕작이 있는 국이었다.

*18 그러나, 후일 장만성은 결과적으로 강하도위부의 병력을 방어해내진 못한다.

*19 삼공 반열로, 병권은 없으나, 군사 관련 정책 및 출병 등의 사항을 조언한다.

*20 후일 상소함에서 양사의 과거 사도 시절 장각 추포에 대한 상소문을 발견한 영제가 그를 제후에 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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