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6화

관군의 반격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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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 돌린 주준과 곧 장사현에 당도한 황보숭이 병사들을 추려 요충지 곳곳에 병사를 배치하려고 하는 찰나, 파재의 황건적 군대가 들이 닥치는게 아닌가. 황보숭은 급히 성문을 닫게 하고 적들을 지켜보니, 그 병력이 최소 5만은 되어보였다.


그 수많은 무리 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나와 외친다.


“이미 황천이 선지 오래거늘, 어찌 대세를 거스르려 하는가!”


대장의 외침을 수 만 황건적이 복창한다.


“이미 황천이 선지 오래거늘, 어찌 대세를 거스르려 하는가!”


수 만 도적들이 일제히 외치는 목소리는 마치 우레와 같아, 그 소리의 힘만으로 성문을 부숴 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그 기세에 어떤 병사들은 깜짝 놀라 창을 떨어뜨렸으며, 그 중에는 오줌을 지리는 병사들도 있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 곳이 뚫리면 낙양이 지척이니, 나라의 운명이 황보숭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 편, 파재의 승전 소식은 즉각 장각에게 전해졌다. 형주 북부, 예주, 기주 세 방향 진격 전략에서 이 승전보는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당시 장각이 수도 낙양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낙양의 각 요충지를 지키고 있는 대장군 하진의 군대, 예주 영천군으로 파견된 좌중랑장 황보숭과 우중랑장 주준, 그리고 장각의 본대를 공략하러 온 북중랑장 노식의 군대 총 세 개의 대군을 격파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장만성과 조홍이 남양을 정리했고, 영천에서 주준의 군대를 격파하여 황보숭을 장사현에서 포위했으니, 마지막으로 자신의 본대가 노식의 군대만 물리친다면, 세 방향에서 하진을 공략하여 낙양에 입성, 황실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장각의 본대가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으니, 노식에게 연패하여 이미 1만 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적장 노식은 경전이나 연구하는 서생이라 들었는데, 어찌 그가 이끄는 군의 전열이 이와 같단 말인가.”


장각이 탄식하자, 동생 장량이 계책을 낸다.


“형님, 때에 따라서는 싸우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들었소. 이렇게 된 바에 안평군으로 군을 물려서 농성하는 게 좋겠소. 다른 전선에서 우리 군대가 선전하고 있으니, 버티기만 한다면 곧 협공할 수 있을거요.”

“그렇다면, 안평군의 어느 곳이 방어에 좋아보이느냐?”

“광종현으로 가는게 좋겠소. 후미의 계교*27를 잘 경계하면, 위급할 시 다리를 끊어버리고 퇴각하여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지 않겠소?”

“좋은 생각이다. 너는 나와 함께 간다. 장보는 별도 대소방을 끌고 하곡양에 주둔하도록 하라.”


장각은 장량의 계책이 옳다 여기고 거록에서 군을 물려 인근 안평군의 광종으로 퇴각했다. 이에 노식은 승기를 잡았다 생각하여 장각군을 맹렬하게 추격했다. 장각군이 광종성에 들어가 농성하자, 노식은 참호를 파고, 병력을 주둔시키며 성을 포위하였다.


조정에서는 대책회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영제가 신하들에게 물으니,


“낙양의 요충지는 대장군이 지키고 있고, 동쪽으로 각 중랑장들이 분전하고 있으나, 남쪽 남양 땅의 도적들은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현재 경사*28 일대에서 모은 군대는 모두 토벌군으로 차출한 상황이니 여력이 없으며, 남쪽 군대 역시 길이 끊겨 불러들일 수 없습니다. 현 강하도위 진힐은 험한 곳을 다스리고자 꽤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를 남양 태수로 임명하고, 장만성을 공격하게 하는게 상책일 것입니다.”


황제가 이를 옳다 여기고, 그 즉시 날랜 자에게 칙서를 동봉하여 상인으로 위장시킨 후 강하로 보내니, 진힐은 명을 받들어 남양의 황건적 장만성을 토벌하고자 한다.


당시 장만성은 거병 초기 남양 태수를 죽이고 완 일대를 점거하고 있었다. 장각은 그에게 동쪽의 황건병들이 각 중랑장들을 격파하고 서진할 때, 그 즉시 호응하여 북진하도록 절도를 내린 상태였다. 토벌군이 들이치지 않아 비교적 쉽게 지역을 점거하고 대기하던 장만성은 인근 일대를 노략질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관군이 출동한다면 낙양에서 들이칠 것이기에, 그 일대 방비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나 어찌 알았으랴. 적은 후방에서 접근하고 있었다.*29 동쪽의 사태를 관망하며 출진 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장만성은 좋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된다.


“큰일 났습니다! 적들이 후방에서 들이치고 있습니다!”

“아니, 형주 관군들이 된다면 얼마나 된다고 호들갑이냐? 적장은 누구냐?”

“강하도위 진힐이라고 합니다! 새로 남양태수로 임명되어 군을 이끌고 오고 있습니다!”


장만성은 그 즉시 출병 채비를 하는데, 부하 조홍이 이를 말리고 나선다.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아직 적의 군세조차 알 수 없습니다. 성을 지키면서 다른 전선의 상황을 파악하여 유연하게 움직이는게 상책입니다.”

“그러다 동부 전선이 무너지면 우리는 협공당할 수 밖에 없다. 지금 격퇴하여야 한다. 너는 성을 지켜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장만성의 군대는 진힐의 군대를 요격하여 한 차례 싸우나, 특성상 치안 유지군에 해당하는 도위부의 병사들은 많은 실전 소규모 전투가 훈련을 대체한 정예병에 해당했다.*30 한 나절만의 싸움에서 장만성은 포위되어 그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완성을 지키고 있던 조홍에게도 전해진다.


“대방장 장만성이 전사했다. 그렇다고 대업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지금부터 내가 남은 대소방들을 이끈다. 전열을 가다듬고 성벽 방어 대비를 철저히 하라!”

그리고 조홍은 급히 날랜 자 2인을 추려 장각에게 급보를 보낸다.


탁송지주


*27 후일 공손찬과 원소가 자웅을 겨룬 곳이다.

*28 낙양 인근 수도권

*29 강하는 완보다 남쪽에 있다.

*30 당시 태수나 상이 부임하여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는 도위부를 두어, 도위에 의한, 일종의 군정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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