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각, 어느 슬픈 무정부주의자의 이야기 7화

운명의 영천전투

by 탁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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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 영천은 장각에게 3개의 전선 중 가장 중요한 전선이었다. 이 곳에서 승리를 하면, 허현 일대를 단번에 정리하고 낙양의 목구멍을 겨눌 수 있으며, 양 쪽 전선의 중간에 위치한 특성상 어느 쪽이든 지원할 수 있었다. 병서에 밝은 파재에게 이 쪽 지역을 맡긴 이유였다. 교주의 모반에 공을 세워 토벌의 경험이 충분하고, 군재가 있다고 정평난 주준을 패주시켰으니, 포위 중인 장사현만 수중에 떨어진다면, 그 전략 선택의 영역이 넓어질 터였다. 그리고 이는 실현되는 듯 보였다.


“이미 황천이 선지 오래거늘, 어찌 대세를 거스르려 하는가!”

“이미 황천이 선지 오래거늘, 어찌 대세를 거스르려 하는가!”


파재는 성을 포위하고 매일 병사들에게 일제히 고함을 지르도록 지시했다. 수 만 병사가 한 번에 지르는 고함에 성 내 황보숭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있었으니, 이는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야심한 밤, 황보숭은 은밀히 부하들을 불러 전략 회의를 열었다.


“전쟁의 승패는 병사 수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응변에 있는 것이다. 적들은 밤의 찬 바람을 피하고자 풀숲에 진영을 꾸렸다. 오늘부터 밤마다 바람의 세기를 잘 파악하도록 하라. 바람이 강한 날, 그들의 목책을 불태울 것이다.”


이 때, 큰 부상으로 누워있던 손견이 붕대를 감은 채로 아문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놀란 주준과 황보숭 앞에서 붕대를 풀면서 말한다.


“저도 가겠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는 더 쉬어야 하네. 거의 죽을 뻔 하지 않았나.”

“그 동안 잘 먹고 잘 잔 덕에 몸이 전보다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정말 괜찮겠는가? 위험한 작전이 될 수 있네.”

“제가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겠습니다.”


그 날 역시 파재의 병사들은 성 앞에서 고함을 지르다 저녁이 되어서야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 날 따라 대장기가 세차게 펄럭이니, 황보숭은 각 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갈대는 충분히 준비했는가? 날랜 자들 2천명을 추려 출진 준비가 되면 즉시 보고하라!”


야심한 밤. 갈대를 한 짐씩 몸에 진 병사들이 야음을 틈타 성벽을 타고 내려가 집결하기 시작한다. 황보숭은 병사들에게 말소리를 금하고, 은밀히 적들의 군영을 포위하도록 명한다. 세찬 바람이 풀숲을 때리는 소리에 이들의 발걸음은 마치 죽은 자들이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얼마 즈음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횃불이 피워지기 시작한다. 수 천개의 불빛이 일제히 피워지는 장면은 마치 도깨비불을 연상시키는 듯 했다. 이에 황보숭은 장병들에게 신호한다.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돌격을 뜻하는 북소리에, 황보숭의 병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목책과 막사 등 나무로 된 것을 보이는 족족 갈대를 놓고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깜깜했던 군영이 해가 뜬 듯 밝아지고, 고요함이 함성으로 뒤덮이자, 파재는 놀라서 잠에 깨어 주변에 소리친다.


“무슨 일이냐!”

“적.. 적의 야습입니다! 군영이 불타고 있습니다!”

“머릿수가 얼마나 되느냐?!”

“알 수 없습니다! 으악!”


파재가 아문*31에 당도하니, 이미 아문기조차 불타고 있었으며, 적들의 고함이 귓가 바로 옆에서 울리는 듯 했다.


‘아.... 이것이 병서에서만 보던 화계인가..’


이윽고 성문이 열리고, 추가 병력이 함성을 지르며 파재의 군영으로 향하니, 더 이상 탄식할 겨를도 없었다. 파재는 즉시 퇴각 명령을 내린다.


“퇴각하라! 퇴각의 북을 울려라!


이에 파재군이 황급히 도망가니, 황보숭은 추격을 중지시키고, 전리품을 노획하여 다시 성으로 들어간다.

마침 조정에서는 영천의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조등의 아들 조조를 기도위에 임명하여 병사를 주고 황보숭을 돕게 했다.*32 이미 화계로 한 차례 파재군의 기세를 꺾어놓은 황보숭군에게 조조군의 진군 소식은 사기를 드높이기 충분했다. 황보숭은 그 즉시 날랜 자를 뽑아 진군 중인 조조에게 작전을 하달하고, 주준과 함께 군을 추려 파재를 협공하는 작전을 세운다.


“도적들은 지난 전투에서 치중을 모두 버리고 달아났소. 필시 모자란 군량을 위해 낮마다 노략질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이오.”


황보숭은 전쟁에서 사기와 기세, 그리고 때와 같은 보이지 않는 요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는 장수였다.*33 이 시기를 놓쳐 적들에게 물자를 노략질할 시간을 벌어준다면, 사태는 또 다시 장기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본 것이다.


황보숭의 예측은 정확했다. 파재군은 치중을 잃어, 인근 지역 약탈에 많은 작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황보숭, 주준, 조조의 삼군이 세 방향에서 몰아치자, 당황하여 제대로 된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달아나기 바빴다. 관군들은 도망가는 황건적들을 무차별 학살하니, 죽은 자만 수만에 달했다. 불시에 기습을 받은 파재는 어안이 벙벙하여 달아나면서 외친다.


“양책! 양책현으로 갈 것이다! 모두 그리 모이도록 하라!”


파재가 양책현에 당도하자, 속속들이 패잔병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들어라! 흩어진 병사들을 두 시진 더 기다렸다가 우리는 여남으로 돌아간다. 아직 여남에 주둔 중인 대방장 팽탈의 군대가 온전하니, 그리 가서 후일을 도모할 것이다!”


파재는 남은 병사들에게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명하고, 패잔병들이 모두 모이길 기다리며 패인을 분석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주준을 요격하는 계책은 훌륭했다. 장사현을 속결로 떨어뜨리지 못한 게 실책일까. 아니다. 이끄는 병력이 10만에 달했으나, 성 안에는 최소 3만 이상의 군대가 주둔해 있었다. 병서에는 십위오공, 즉, 5배는 되어야 공격할 만 하고, 10배는 되어야 포위가 용이하다 되어 있다. 화계를 방비하지 못한 게 잘못일까. 병사들은 낮에 소리를 지르느라 밤마다 지쳐있었다. 어찌 경계병을 늘릴 수 있었으랴. 병법을 실전이 아닌 병서로만 배운 파재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 때였다.


“도적들은 들어라! 지금 항복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게 해주겠으나, 맞서 싸운다면 네놈들의 처자식들과 함께 황천으로 보내주겠다!”*34


병력을 추려 도망갈 틈을 줄 리 없는 황보숭이었다. 이에 파재의 패잔병들은 앞 다퉈 항복하거나, 도망가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이 모습을 본 파재는 측근 몇 명과 함께 급히 북쪽으로 도망가, 형산으로 숨어들었다.

‘아! 내 죽어서도 대현량사*35를 뵐 면목이 없구나. 평생 산에 숨어들어 오늘을 잊지 않고 살겠다!’


황보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여남 깊숙이 들어가 서화의 팽탈도 토벌하니, 예주를 넘보던 여남의 황건적은 평정되었다. 이렇게, 장각의 대군 중 하나가 꺾였으니, 황건적은 마치 우익 날개를 잃은 형세였다. 이 소식은 곧 조정에도 전해져, 황제는 황건적이 거병하고 난 후 처음으로 기뻐할 수 있었다.


「가장 큰 공훈을 세운 주준*36은 서향후에 봉하고 진적중랑장에 임명하라. 그리고 황보숭은 도향후*37에 봉하고, 조조는 제남상으로 임명하라.*38」


탁송지주


*31 대장의 군영을 드나드는 입구

*32 주준의 패전 소식을 듣고 원군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천이 뚫리면 사태가 위급해질 것은 한의 조정도 알고 있었던 듯 하다.

*33 실제로, 황보숭의 전투 타입을 보면, 기다려야 할 때에는 오래 기다리면서도, 몰아칠 때에는 추격을 서슴지 않는다.

*34 황건적은 도적패의 전형으로, 가족 단위로 함께 다녔다.

*35 장각을 뜻한다.

*36 주준은 한 번 패한 바 있으나, 황보숭이 공적을 양보하여 가장 큰 상을 받은 것이다.

*37 후작위 중 성 내 위치한 향급 마을의 식읍을 받는 제후

*38 조조 일생 첫 전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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