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의 기록 - 영화 <너와 나>를 보고
조현철 감독의 영화 <너와 나>를 보았다. 감독의 첫 장편영화라 그런지 전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 보이는 작품이었다. 거울이나 꿈, 새, 죽음, 빛 등 상징적인 표현이 많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에도 여백이 많았다. 제주도 여행을 하루 앞 둔 안산의 고등학생, 2014년에 유행하던 대중음악 등이 의도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떠오르게 했다.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의 대비, 전하지 못한 말, 소원, 간절함 등 감독이 우겨넣고자 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언뜻 전해지긴 했지만 전달방식이 내게는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영화 내내 뿌옇던 스크린 만큼이나 영화의 메세지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듯 했다.
우선은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가 너무나 전형적인 타자화로 느껴졌다. 지나칠 정도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들이 보기에는 눈이 편안하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첫사랑은 풋풋하고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 수밖에 없고, 처음 느끼는 자아의 확장에 당황하거나 또는 그 상태에 도취되기도 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기 위해 감독은 소녀들의 사랑을 '선택'했다. 너무나 안일하고 뻔하다. 소녀가 가지는 상징성에 올라타 그들을 대상화 하고 손쉽게 이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이라는 도구가 '너와 나'의 주제의식이 아닐까 싶었는데, 반복적으로 연출되는 거울의 반사 효과가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내 마음은 전혀 울리지 못했다. 너와 나,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은 모두 이어져 있으며 반사되는 것, 혹은 모두 같은 것이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유추해 보았지만 이는 모두 이론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영화는 영화의 문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는 못했던 것 같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어째서 2014년이어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랑을 전하려거든 미루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끝끝내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만약에'라는 가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2014년을 살아낸 사람들은 모두가 참사의 생존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죽음이 가까웠던 그 시절로 돌아가 하지 못했던 말들을 순수하고 솔직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일종의 한풀이를 위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추측일뿐, 가슴으로 와닿지는 않았기에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