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우울증과 나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내게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 그리고 심한 사회공포증(대인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내가 대인공포증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나 사는 게 힘들었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일하면서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인데,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는가 보다.
정신의학과에 문을 두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번, 내 상태가 건강하지 않았을 때, 살기 위해 병원에 갔다. 정신병에는 완치가 없는 걸까? 제법 긴 기간 동안 약물을 복용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질 거 같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대로 약을 끊기를 반복해 왔다. 사실은 우울함이 내 자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병원을 다니는 게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우울함을 자아 정체성으로 삼는 것은 정말이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우울증은 내 뇌가 아픈 것이지 내 영혼이나 내 마음이 아픈 게 아니다. 누군가 몸이 아픈 사람에게 ‘너는 원래 그렇게 아픈 사람이다. 어차피 계속 아플 테니 약 먹을 필요 없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앞장서서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삿대질할 것이다. 그런데 그 짓을 나 자신에게 하고 있었다. 아픈 게 정체성인 사람이 어딨겠는가. 병을 낫게 할 방법이 있으면 고치는 게 맞다.
이번에 만난 선생님은 내게 감정에 솔직하기를 권했다.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다거나 버스를 놓치면 짜증이 난다거나, 불편한 상황에서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생각났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재밌어요~” 사실 하나도 안 괜찮고 하나도 안 재밌는데! 거짓말쟁이의 끝은 병원행인가 보다.
새해가 되기도 했고, 산뜻하게 일기나 써 볼까, 했는데 어쩌다 보니(본격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이런 이야기가 튀어나와 버렸다. 약 먹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감기약이랑 같이 먹으면 안 좋을까 봐 당분간은 감기약에만 취해 사는 나.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몸 건강에 진심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우울한 자신에 취해서 살기보단 건강하고 발랄했으면 한다. 나는 여태껏 많은 걸 버텨왔으니까, 기특하고 대단하니까! 올해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서며 이렇게 첫 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