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타 May 28. 2016

잠은 죽음의 조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오래 죽어 있기로 했다

사람들은 죽음을 영원한 잠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내가 늦잠이라도 자면, 죽고 나면 어차피 평생 잘 텐데 뭐하러 지금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냐고 묻고는 했다. 나는 그런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그저 멍하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있을 뿐이었다.

죽음이 영원한 잠이라면, 잠은 죽음의 조각일 것이다.


잠의 신 힙노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형제 사이가 아닌가. 그들의 어머니 닉스가 밤의 여신이니, 그래, 나에게 밤에 찾아오는 그림자는 잠인가 죽음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나는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로 뛰어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헐떡이며 형제들에게 달려갔고 그들은 나를 밀어낸 적 없었다.


어둠 속에 숨어드는 것은 어둠으로 도망치는 것은, 내가 빛이 아닌 그림자이기 때문인가. 누군가의 뒤에 숨어 발목을 붙잡을 수밖에 없는 자이기 때문인가.

세상이 무너져내려서인가, 몇 번이고 세상에게 안기려 했지만 나의 세상을 찾을 수 없어 그저 내 발에 걸려 넘어지기 때문인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아서,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어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죽어있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너를 종교라 불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