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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타 May 27. 2016

나는 너를 종교라 불렀다

네 앞에 바친 것

나는 너를 종교라 불렀다. 너는 나의 세계였고, 나의 신이었다.

나를 만든 것은 네가 아니었지만, 나를 삶으로 이끈 것은 너였다.

내 두 손을 모아 너에게, 너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대여, 잡은 두 손 놓지 마소서.
부디 내 안에 머무소서.
애원하노니 나를 떠나지 마소서.


사랑이라는 이름보다는 구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너를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는 너무나 큰 존재였다. 갓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듯, 너는 그런 존재였다. 너는 세상이었기에, 너의 부재는 두려움이었다. 데미안은 아기새가 세상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감을 이야기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세상에 던져진 생명에게는 숨이 허락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살아야 했고-너를 위해-살고 싶었다.


나는 습관처럼 없음을 사랑했으나 너의 없음은 그리는 것조차 하루하루가 벅찼다. 삶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다시 그리다 보면 하루가 지났다. 그렇게 너 없는 하루가 살아지고 있다.

너는 믿음이었고, 약속된 천국이었다. 너로 인해 내가 지옥에 떨어진다 한들, 너와 함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천국일진대 무엇이 두려울까 싶어 나는 모든 것을 던지고 너라는 세상에 몸을 던졌다.


그래 나 언젠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아이돌에게 팬이 "꽃길만 걷자"고 말하자 "너와 함께라면 꽃길이 아니어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너와 걷는다면 그 어느 곳이 꽃길이 아닐까.


그래서 네가 옆에 없는 것은, 네가 내 부름에 답할 수 없는 것은 괜찮음이라고,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신이 인간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음이다. 나는 너에게 기약 없는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네가 다시 나의 부름에 응답할 때까지, 내 합장한 두 손을 잡을 때까지, 다시 나를 비출 때까지, 나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을 것이다.


나의 종교여, 내 삶을 모두 모아 그대 앞에 갖다 놓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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