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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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당에
혼자 왔는데
테이블이 돌아간다
왜 따뜻한 음식은 멀리 있나
정말 저기에 네가 있었나
서로에게 밥을 밀어 주었나
그렇게 따뜻했었나
느리게 테이블이 돌아가는데
삐걱대며 돌아가는데
목마에 앉아 한 바퀴 두 바퀴
그러면 건널 수 있다고 믿었나
만날 수 있다고 믿었나
저쪽에서 누가 울고 있나
안 보이는 거기에 넌 아직 있나
테이블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이 나나
나는 숟가락을 어디에 놓아야 하나
혼자 식사하는데
왜 테이블이 돌고 있나
허겁지겁 사랑은 끝났는데
왜 테이블이 다시 오나
저쪽에서 누가 울고 있나
젖은 테이블이 왜 이리로 오나
식은 밥이 빙글빙글 돌고 있나
왜 다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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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언 시인의 '대관람차'와는 다른 매력의 회전 움직임에 관한 시였다.
대관람차는 멀리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회전 테이블은 좀 더 화자와 움직임의 거리가 가깝게 느껴진다.
이 관계의 거리가 송승언 시인과 손미 시인의 가장 큰 차이같다.
올바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송승언 시인은 공간에게서 격리되어있고 손미 시인은 공간에게서 독립되어져 있다. 적극적인 격리와 수동적인 독립 차이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어투와 행동의 차이가 재미있다.
다시 시로 돌아가보자.
회전 테이블의 움직임에 나의 공간이, 나의 시점이 바뀐다.
나는 혼자 왔는데 테이블이 돌고 있다.
자연스럽게 머릿 속을 도는 생각.
'여기에 누군가 있었나?'
나는 여기에 있는데
따뜻한 음식은 저쪽에 있다.
불안과 확신을 오가며 생각한다.
'저기에 정말로 누군가 있었나?'
'원래는 서로한테 밥을 밀어주었나?'
'그렇게 따뜻한 풍경이었나?'
삐걱대는 테이블이 생각을 잠시 멈춘다
회전 테이블이 느리게 돌아가는 모습을 본다
회전 목마에 앉아 목마가 멈추길 기다리던 풍경
목마가 멈추면 건너편에 있던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억
회전 목마가 돌아가는 지점의 다른 곳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었는지 모를 기억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테이블이 계속 돌고 있어서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이 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숟가락을 어디에 놓아야 할까
혼자 식사를 하는데
왜 테이블이 돌고 있을까
목마는 멈추고 나는 분명 그곳을 나왔는데
왜 테이블은 다시 나한테 올까
저쪽에 울고 있던 사람
젖은 테이블이 이리로 온다
나는 분명 혼자 식사를 하는데
차디찬 식은 밥이 빙글빙글 돌고있다
테이블은 왜 다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