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점괘

선망이 될 것입니다. 돌고 돌아 만나는 장신구처럼

by 아주작은행성

아폴론 자리에서 태어난 나는

잔뜩 당기어진 활 시위와 함께 우주로 발사되었다.

지구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신탁이었다.


저는 우주를 떠돌고 있습니다.

멈춰진 것 같은 우주에서 어느 곳에 정처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생활은 의심이 듭니다.

덜컹이는 소리와 멈춘 풍경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청록빛 가득한 우주에서 나는 빛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주는 따뜻합니다. 나로 인하여


가끔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선망이 되는 것은

굳이 손을 모으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나는 어느 곳에 박혀 멈춰질까요?

예쁘게 자리 잡히길 바랍니다


초신성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시착한 행성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무 뜨겁지 않았으면 합니다.


선망이 되길 바랍니다.

아폴론의 화살은 빗겨가는 법이 없습니다


선망이 될 것입니다.

돌고 돌아 만나는 장신구처럼


이것이 나의 신탁입니다

단단한 빛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