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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놀이터

코 끝이 간지러워지는 어린 시절

by 아주작은행성

나는 어렸을 때 기와집 지붕위에 올라가

바람을 맞으며 낮잠자는 걸 좋아했다


사근사근 코 끝을 간지럽히는 산들바람이

꼭 다정한 연인의 따뜻한 손길 같아

편안한 마음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전 조카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그곳에서 해먹을 발견하고 잠시 누워

눈을 감았는데 어릴 적 내가 보였다.


세상 평화로운 초등학생 모습의 나

노란 반바지에 하늘색 반팔티를 입고

꼬질꼬질한 양말을 신고 잠이 든 나


나는 바람이 되어 어린 시절의 나를 쓰다듬었다.

너가 자라서 지금의 내가 있단다.

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단다.

지금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다오.

내일을 향한 걱정과 오늘의 무게는 내가 막아줄게.


내가 너의 바람이 되어줄게.

나를 타고 나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꿈을 꾸렴.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코 끝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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