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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30. 2023

필사를 시작했다

 "필사를 한다"가 아니라 "필사를 시작했다"라고 강조하고 싶다. 필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았고 책 전체를 필사하거나 한게 아니라 밑줄 쳐둔 부분만 복기하는 느낌으로 노트에 옮겨 적기 때문이다.


 필사를 하게 된 이유는 심플하다. 첫째로 그냥 글씨를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이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시간이 극단적으로 남아돌았던 군대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A4용지 한장 분량의 일기를 썼다.

군 시절 별명은 수양록에 미친 놈이었다

 수양록은 보통 훈련병 때 의무감으로 몇 글자 끄적이다가 자대 배치 받고 버려지는게 국룰이다만, 나는 저 수양록이 그야말로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썼다. 말년 병장 때 오히려 더 가열차게 썼던 것 같다. 시간이 남아 돌았으니까 말이다.


 둘째로는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나 라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나는 책을 한달에 한 권 정도는 무조건 읽는다. 물론 삘받으면 한달에 4권 읽고 삘 받지 못한 달은 1권도 못 읽는 경우도 많지만 대충 그렇다. 연간 12권이면 그래도 현대인 치고는 많이 읽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의 지식들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게 맞나 하는 의문이 있었다.


 최근에 이래저래 면접을 보러 갈 일이 있었다.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 같아 생각했다.


'내가 최근에 Mix라는 책을 읽었지. 인상 깊은 책이었어. 코카콜라 카드와 다이어트 카드를 합쳐서 제로 콜라가 탄생했지...'


 라는 책 소개글에 나올 법한 문구 외에 책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당황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서 이렇게 할 얘기가 없는게 맞는가? 맞을 리가 있나.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않고 그저 들고 다니면서 책 표지만 핥은 것이다.


 하여, 최근에 필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심플하다. 최대한 집중해서 읽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음미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노트에 해당 부분을 베껴 적는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필사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진정 내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후감도 가능하면 꾸준히 쓰는 편인데 최근에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중요한 부분들을 모아 필사를 하고 천천히 읽어보면 독후감도 보다 편하게 쓸 수 있다.


 인생을 만드는 것은 습관이다. 독서라는 습관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잠들기 전 필사라는 새로운 습관을 장착해보겠다. 필사 노트가 한권 두권 쌓이다보면 읽는 능력도, 쓰는 능력도 많이 달라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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