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겠다
나는 최근 "회사"라는 것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세부적인 이유로 들어가면 정말 많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냥 이번에 저질렀을 뿐이다. 플랜 B는 없다. 그냥 말 그대로 저질렀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자립심과 독립심을 강조하셨다. 나는 17살이 되던 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 전까지 해보지 않은게 없다. 유제품 납품, 주유소, 편의점, 물류 창고, 백화점 판매 일용직, 영화관, 관광 가이드, 건설현장, 어류 냉동창고, 치킨집, 뷔페, 레스토랑 주방, 경호 알바, 모델하우스 셋팅 등등.
스무살이 되던 해 용돈이 끊어졌다. 차비와 식대만 20일치를 계산하여 받았고, 나머지 생활비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충당했다.
집이 딱히 어렵지도 않았는데 부모님들은 나를 정말 강하게 키우셨다.
보통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나는 학창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 쉬는 날 하루 없이 주 7일 일했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학교를 갔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학교를 다닐 때도 공부는 등한시 했지만 학생회장을 했기 때문에 학업 외 격무에 시달렸다.
강하게 자라다보니 나는 취업과 동시에 독립을 생각했다. 20대 내내 생각했다. 빨리 독립하겠노라고. 대학교 4학년 때는 굳이 돈을 써서 여름 방학 기숙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자립심을 기르겠다는 명목이었다.
나는 서른에 독립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목표 달성을 해냈다. 30살 6월에 작은 아파트를 얻어 독립했고, 그해 12월에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렸다.
평생을 독립을 부르짖으며 살아와서 그런가, 나는 이제 회사에서 독립하려 한다. 주변 친구들은 걱정한다. 이제 애도 태어났는데 그렇게 대책없이 달려들어도 괜찮냐? 괜찮다. 당장은 조금 배고파질수 있겠지만 나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결정이다. 장기적으로 우리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결정이라고 믿는다.
2011년 8월, 센텀시티 영화의 전당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었다. 그 당시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너무 부러웠다. 5일을 일하면 2일을 쉬니까 말이다. 7일중 하루도 쉬지 못하던 대학생에게 얼마나 멋져 보였을까. 12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원하던 "센텀시티 직장인"이 되었지만, 이제는 주체적으로 일하고 쉬기 위해 그 길을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