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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30. 2023

글을 팔아 커피값 벌기

글 공장 생산직의 추억

 2021년의 나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했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급여가 밀리니 마니 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자연스레 월급 外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 대행, 수익성 블로그 등등 많은 일을 해보았다.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았다. 스마트스토어 판매대행은 신사임당, 다마고치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며 2019년 초반 쯤 불같이 유행했었다. 그때 꾸준히 했으면 지금은 그걸로 밥 먹고 사려나?


 다양한 시도 끝에 묵묵히 결과물을 만들어 제출하고 보상을 받는 부업을 찾자 싶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그렇게 원고 알바를 시작했다.


 원고팜이라는 업체에서 원고 알바를 했고, 3~4달 정도 진행했다. 월 수입은 9~10만원 정도? 정말 소소했다. 주로 애견분양이나 병의원 쪽 키워드를 잡아 글을 썼다(도수치료, 임플란트 등).

나름 열심히 했다

 원고료는 짰다.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1글자당 2원. 5,000글자 원고 하나를 쓰면 1만원을 버는 구조였다. 직원들은 업무 단톡방에서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작가가 아니라 글 공장 생산직 같은 느낌이었다.


 특정 키워드를 제목에 한번, 본문에 다섯번 넣어 5,000자 분량의 글을 써라. 한 문장이 몇 글자를 넘어가선 안되고 한 문단은 몇 줄을 넘어가선 안된다. 이미지는 준 이미지를 써서 배치하라.


 글 쓰는 일에 나름 재주가 있고(재능은 없지만. 크흑) 타자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재밌어서 가열착 했다. 하지만 역시나, 현타가 빨리 올 수 밖에 없었다.


 글자당 원고료가 정말 짜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글을 많이 써야 결국 돈을 버는 구조다. 나의 경우 5천자 원고를 작성하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감을 와르르 얻어 놓고 진득하게 쓰면 시급 1만원 이상은 나오긴 했다.


 그렇지만 뇌를 비우고 앉아 글을 쓰는 일은 너무 지루했다. 그리고 글밥을 먹고 살고자 하는 놈이 무의미한 글을 기계적으로 찍어내고 앉아 있는 것이 나 자신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할 때는 열심히 해서, 담당자가 "광고주께서 작가님 글을 되게 맘에 들어 하시네요. 앞으로 가능하면 이 쪽 광고주분 일은 전담해서 진행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기분 좋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했고 인정받는 기분은 언제나 짜릿하니까!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내 인생 최초로 "글"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던 부업이다.


 글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일은 막막하다. 작가는 자유롭고 엘리트스럽고 멋진 직업으로 보이지만 생계를 유지한다는게 상당히 막막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도 써야 한다. 유재석은 얘기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고, 눈 앞의 하루에 최선을 다하라"


맞는 말이다. 답 안나오는 고민은 짧게 하고, 닥치고 글감을 찾고 많이 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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