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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pr 24. 2020

뮬란 - 혐오의 시대에 돌아봐야 할, 시대를 앞선 명작

술먹은김에 몇글자 적어봅니다

달려롸아아아아 뮬란


2020년의 우리는 많은것을 혐오한다.

남자는 여자를 혐오하고 여자는 남자를 혐오한다.

보수는 진보를 혐오하고 진보는 보수를 혐오한다.

서로를 벌레라고 칭하며 혐오한다.



일베충, 맘충, 급식충, 무뇌충, 한남충, 설명충, 진지충.

우리는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악이라고 칭하고, 악이라고 혐오하는 그들은 우리를 악이라고 칭하며 혐오한다.



22년 전에 개봉한 뮬란은 그걸 깨부순다.



영화 초반에 샹이 나무기둥 꼭대기에 꽂힌 화살을 뺴오라고 지시한다.


남장 여자인 뮬란은 밤새 죽을 힘을 다해서 화살을 뽑고 동료들에게 인정 받는다.


고대 중국에서 여자가 남장을 하는 행위는 혐오를 넘어 증오,

심지어 반역죄로 즉결처분 당할지도 모르는 행동이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OST 중 귀에 꽂히는 가사는 "Be a man". 네이버 어학사전 기준 "당당하게 굴어라"



영화 후반에 황제가 납치당해 제국이 멸망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남장을 했던 뮬란은 황제를 구하기 위해 그녀를 무시했던 동료들에게 여장을 지시한다.



남장 여자인 뮬란을 무시하고 혐오했던 동료들은 그녀를 지지하고 선뜻 여장을 하여 황제를 구출한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OST 중 귀에 꽂히는 가사는 "Be a man". 네이버 어학사전 기준 "당당하게 굴어라"



작중의 주인공들이 한평생 각자의 마음에 단단히 박혀있던 편견을 당당하게 깨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럼 조금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에서 뮬란이 영웅이 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누구인것 같나?

만리장성을 부수고 황궁까지 침입한 훈족의 대장 샨유?

그럴리가. 그 사람은 나처럼 술을 많이 먹고 수면이 부족하여 살찐 비대한 덩치에 황달이 와서 눈이 노랄 뿐,

뮬란의 적이 아닌 작중에 등장하는 제국의 적이다. 폭죽 한방에 어이없이 죽는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뮬란의 걸림돌은 샨유가 아닌 아래 서술할 두명이다.



영화 극 초반에 나온 "중매쟁이".

시시콜콜 뮬란을 경계하고 처형당하기 직전까지 몰고간 "황제의 비서관".



자, 어른의 입장에서 위에 적어놓은 두명이 나쁜놈같나? 공통점이 보이는가?



중매쟁이인 그녀는 그저 열심히 일했다. 다만 편견에 매몰되어 있었을 뿐이다.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중매쟁이의 눈을 속여 커닝을 하고, 옷에 벌레를 들어가게 해서 괴로움을 주고,

얼굴에 부글부글 끓는 차를 부었으며 엉덩이에 불을 나게 만든 뮬란이 나쁜 사람이다.



황제의 비서관인 그는 그저 열심히 일했다. 다만 편견에 매몰되어 있었을 뿐이다.

고대 중국에서 신의 말씀과도 같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엄격히 법을 집행한 사람이 나쁜가?

국가에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법률이 존재한다.

성별을 속이고 군에 입대한 사람을 군법에 따라 처벌하려 한 사람이 나쁜가?

아니, 법률을 어기고 그를 속였으며 부대 전체를 기만한 뮬란이 나쁜 사람이다.



위 두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 옳은 행동을 하지만 "편견"이라는 무서운 개념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매쟁이에게 가기 전, 뮬란을 꾸며주는 사람들은 "남자는 군대를 가서 황제를 지키고 여자는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서 훌륭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무서울 정도로 세뇌한다.



황제의 비서관은 뮬란이 수많은 훈족을 몰살시키고 제국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장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처형하려고 한다. 반역이라는 이유로. "편견"이라는 무서운 이유로.



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이해할 수 없으면 나쁜놈이라는 편견에 매몰되어있다. 영화의 주인공이 뮬란이라고 해서 그녀에게 표면적으로 대적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쁜놈인가? 아니다.



출애굽기의 람세스가 가 절대악인가? 아니다. 그는 단지 모세의 반대편에 서있을뿐,

파라오의 직무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왜냐하면 선대 파라오가 위대한 제국의 나사 하나만 빠져도 제국은 무너진다고 했으니까.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타노스가 절대악인가? 아니, 그는 어벤져스의 반대편에 서있을뿐,

절대 소수의 희생으로 절대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은하계 버전 마이클 샌델,

공리주의자이다. 그의 고향 행성인 타이탄이 실제로 그의 말을 듣지 않아서 멸망했으니까.



이집트왕자, 인피니티워, 뮬란. 세 작품 모두 내 기준 명작이다.


그리고 주인공 못지 않게 악역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세 작품 모두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고대 중국의 중매쟁이이자 황제의 비서관이고, 공리주의자이자 맡은 바 직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건 뮬란같은 사람들이다. 이 영화의 첫 대사는 "쌀 한톨이 밥그릇을 넘치게 한다"이다. 1998년의 세상에서는 뮬란이라는 쌀 한톨이 세상을 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2020년이고, 뮬란같은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수 없는 시대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 모두가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힌 악당들이라고 생각하고, 반대편의 입장에서 한번만 더 생각해보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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