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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14. 2020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제도가 문제다

 구매한지는 제법 되었으나 책 사놓고 읽다가 방치하는 습관 때문에 최근 들어서야 겨우 다 읽었다. "조선이 왜 무너졌는가"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은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책의 목차만 봐도 다 알수 있었으나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그게 자랑은 아니고,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으면 곱씹어 읽는 습관을 지니게 되어 뒤늦게라도 다 읽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아니 안타까웠던 구절은 아래와 같다.


1900년대 최고의 발명은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선 이보다 200년 앞서 금속 활자를 발명했다.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불리는 활자를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만든 민족이 왜 가난에 시달리고 쇠퇴할 수 밖에 없었을까? 분명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다. 숱한 외세의 침략에도 살아남았고, 전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국가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외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 최빈국으로 전락한지 불과 반세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정상에 있는 사람은 항상 아래로 떨어질 것을 대비해야 하고, 가장 아래로 떨어진 사람은 위로 올라가는 상황을 생각해야 하지만 인간은 반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500년을 이어 온 조선이라는 국가가 왜 멸망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쓰고 싶은 내용들은 많으나, 쓰다보면 열받는 내용들이기도 하고 독후감을 너무 길게 쓰면 습관화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장 핵심적인 3가지만 적어보겠다.


1. 가난은 자랑이 아니다

 가난한 것은 부끄러운게 아니지만 자랑거리 또한 아니다. 합법적으로 남들보다 노력해서 많은 부와 부가가치를를 만들어 낸 사람들은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하지만 조선은 특유의 안빈난도, 가난하지만 굶으며 고고하게 주자가례와 사서삼경을 읽는 문화를 자랑거리로 생각했다. 국가적으로도 오로지 농업만을 장려하고,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장사치로 하대하며 무시했다.


2. 공허한 정치와 탁상행정

 조선은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민본사상을 얘기하고 있지만 정말 놀랍게도 국가를 이루는 근간인 백성들의 삶은 최악이었다. 국가 창업자인 정도전이 훌륭한 사상과 시대를 앞서간 큰 그림을 그려 두었지만, 그 큰 그림을 완성시킬 세부적인 계획과 스케치가 너무나 부족했다. 법은 훌륭했으나 그 법을 뒷받침할 제도는 미흡했고, 법보다 추상적인 도덕 관념이 우선인 점도 문제였다. 유형원이 <반계수록>으로, 정약용이 <목민심서>로 지방의 토지 제도나 백성의 삶의 개선, 국가를 개혁할 메시지를 내었으나 그 어떤것도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 부도덕하고 무능한 사회 지도층

 어떻게 이럴수가 싶을 정도로 조선의 기득권들은 그 알량한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역겨운 짓들을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조선에서도 개혁적인 주장이나 사상을 담은 서적이나 상소가 충분히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소위 사대부라고 불리는 자들은 "조종의 법도"를 함부로 깰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철저히 무시했다.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는것이 목표였고 백성의 삶, 백성들을 잘 살게 하여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데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전 국토가 유린당하고 임금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갈 궁리까지 했던 국가적 위기였던 임진왜란을 겪고도, 국가 개혁에는 관심이 없었고 불과 30년만에 병자호란을 또 겪는다. 그 시기에 나고 살았던 백성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전 세계적으로도 한 왕조가 500년이나 유지된 사례는 많지 않다. 특히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대륙과 가장 큰 대양이 연결되는 지정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선은 16세기 동아시아 국제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을 겪었고,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병자호란을 겪었음에도 왕조를 500년간 유지시킨걸 보면 분명히 저력이 있는 국가다. 어찌됬든 우리의 역사고 배워야 할 점은 배워야 한다. 우리 조상들의 저력을 찬양하고 본받는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그들의 실책과 부족한 점을 분석하여 거울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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