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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Sep 02. 2020

발사되지 않은 탄환의 명중률은 0%다

신사임당 : 킵고잉

 유튜브에서 정말 핫한 부자, 신사임당이 쓴 책이다. 투자가 아니라 스마트스토어 창업 / 유튜브 관련 얘기로 알고 있었기에 읽을 생각은 없었으나 제법 오래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있고, 페이지수도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겠다 싶어서 전자책으로 읽었다.


'나는 월 천만원을 벌기로 결심했다'

와... 정말 소름돋을 정도의 부제다. 너무 멋지다.


 나도 부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사실 구체적인 액수로 '얼마를 벌고싶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막연히 일주일에 5일, 9시부터 6시, 어딘가에 묶여있는 느낌이 싫어 직장을 탈출하고 싶다 라고만 되뇌이고 있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신사임당이 글로 "당장 박차고 일어나 뭐라도 해라!" 라고 엉덩이를 걷어차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나 소액으로 도전해볼 수 있다

 누구나 가난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하게 죽는것은 죄다. 신사임당은 책에서 "단군 이래로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다"라는 말을 했다.


 돈을 벌기 쉬운 시대..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가장 낮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감히 정정 의견을 내어보자면 "돈을 벌기 위한 시도가 쉬운 시대".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작은 가게를 하나 내려고 해도 부동산을 다니며 부지를 알아보고, 계약을 한 뒤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며 판매 아이템을 선정하고, 소싱하고, 고객 응대까지. 모든것을 다 직접 하나하나 다 챙겨야 했다. 말 그대로 사업을 한다는건 자신의 모든것을 꺼내서 갈아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서 대부분의 소비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전통적 유통 채널의 덩치는 점점 줄어드는데 반해서 온라인 커머스 거래액은 불황에도 매년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누구나 네이버를 통해 클릭 몇번으로 간단히 쇼핑몰을 만들어 물건을 팔 수 있다. 실패를 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다. 실패를 많이 해보는 것이다. 작가는 일관되게 100만원의 자본이 있다면 10만원짜리 실패를 많이 해보라고 조언한다. "잃어도 상관없는 돈"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10만원 정도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패의 과정에서 얻는 인사이트와 교훈이 있다면 기회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벌려고 하는건 욕심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건데 돈을 버는게 욕심이라니. 하지만 스마트스토어의 치열한 시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느정도 공감이 가긴 한다. 결국 스마트스토어는 유입싸움이다. 제품들을 업로드 하고 사람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모으냐가 중요한데, 이제 갓 개설해서 유입된 사람도 없고, 판매 이력조차 없는 스마트스토어에서 높은 마진을 바란다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


 온라인 광고 또한 초반에 광고비를 투여해야 하지만, 그런다고 매출이 즉각적으로 발생하진 않는다. 어느정도 회원이 쌓이고, 사람들이 들어와서 어떤 단계에서 이탈하는지를 분석하여 개선하고, 고객 후기가 어느정도 쌓이고 나면 매출 모멘텀이 발생하여 이후에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스마트스토어도 같은 원리다. 초반에는 마진을 포기하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단 업로드해보자. 그리고 팔아서 택배 포장을 경험해보자" 하는 느낌으로 시작해야 한다. 갓 태어난 아기가 달리기를 할 수 없듯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다보면 노하우가 쌓이고 마진과 수익은 따라올 것이다.


노예로 쭉 살기 싫다면 타석에서 내려오지 마라


 야구는 스트라이크를 세번 당하면 아웃되어 타석에서 내려와야 한다.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창업 도전은? 물론 스트라이크는 있지만 아웃은 없다. 계속 도전할 수 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들이 모여 자산이 되고, 그 자산은 결국 안타 혹은 홈런을 만들어 낸다. 만들어낸 홈런볼은 홈런 한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매출 모멘텀을 만들어 낸다.


 최근 읽은 부자책을 보면, "난 실패해서 고난을 겪어본 적이 없다" 라고 말하는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처음 시도하면 실패하는것이 자연스러운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 경험은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한살이라도 어릴때 5만원 짜리, 10만원 짜리 실패를 많이 해봐야 한다. 그래야 안타나 홈런을 칠수 있는 타구가 날아왔을때 제대로 배트를 휘두를 수 있다. 아웃될 일이 없으니, 마음껏 배트를 휘둘러 보자.


 사실 난 작년에 스마트스토어를 한번 시도해본적이 있다. 소액을 투자해서 IT 악세사리들을 사입해서 판매해보려는 시도였다. 난 2만원에 제품을 사입했는데, 해당 제품을 대형 스마트스토어에서 1만5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진은 커녕 마진 없이 팔아도 최저가보다 5천원이 비쌌다. 그 당시에 내린 결론은 '와 이거 공장 직거래로 대량으로 떼오는게 아니면, 가격 경쟁에서 절대 못이기겠다. 그냥 회사생활에 집중하자' 였다.


 그렇게 스마트스토어를 방치했다. 근데 세달이 지난 뒤에 뜬금없이 매출이 발생했다. 당연히 팔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내리지도 않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경쟁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매출이 나오는데, 포기가 너무 섣부르진 않았나 생각한다.


 또 당시에는 '퇴근하고 또 4~5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 비슷한 일을 하는건 너무 가혹하다' 라는 생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안일한 생각이다. 회사 월급 외 10만원이라도 벌어보려고 발버둥치는데,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후 내 개인시간을 투자하는걸 당연히 생각했어야 했다. 퇴근 후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월급 외의 소득이 나오길 기대하는건 소위 말하는 거지근성이다.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해서 미친듯이 스마트스토어에 다시 매달려볼 생각은 없다. 가족도 소중하고 내 건강과 멘탈도 소중하기때문에 당분간은 돈을 불리는 투자 공부에 계속 집중할 생각이다. 하지만 10만원짜리 실패를 반복하라, 아웃은 없으니 타석에서 내려오지 말라는 신사임당의 마인드는 장착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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