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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거북 Aug 29. 2020

유쾌함으로 포장한 묵직한 메시지

알아두면 쓸데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한국사

  역사에 관심이 많은 역사덕후 아재지만 정말 오랫만에 역사 관련 책을 읽었다. 역사는 정말 흥미롭다. 그냥 봐도 재밌는데, 교과서에 안나오는 내용을 재밌게 서술한 책이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느낀건데, 저자는 정말 대단한것같다.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 어떻게 이렇게 아는게 많지? 나도 나름 호기심 많고 이것저것 알아보는거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 사람의 지식의 방대함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관심분야이기도 하고, 관심분야 중에서도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숨겨진 옛날 비밀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 더욱 흥미진진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등도 자제하였기 때문에 읽기가 편했다.


원시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책에서 다루는 역사의 기간이 매우 길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재미있는 썰들만 골라서 쏙쏙 담았다. 이런 역사책은 처음이라서 신선했고 조금 지루할만 하면 시대를 휙휙 넘어가니 자연스레 환기가 되서 좋았다. 문단 하나하나가 너무 무겁거나 길지 않고 짧은 점도 한몫했다.


신화&설화에 대한 현실적인 해석


 어릴때부터 정말 궁금했다. 고주몽과 박혁거세는 정말 알에서 태어난걸까? 고구려 유리왕은 진짜 아버지가 남긴 칼 반쪽을 집어들고 가서 "내가 당신의 아들이오" 라고 했던걸까? 아무리 고대라지만 절대 권력인 양위 계승이 그렇게 허술하게 이루어졌을까?


 이 모든 것은 낭만적인 설화나 신화가 아니라 치열한 권력투쟁 끝에 벌어진 왕위 찬탈이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한것이다. 그것도 당시 세계에서 유행(?)하던 레파토리 그대로. 


 박혁거세의 최후를 예측한것이 가장 충격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왕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각각 다섯개의 별이 되어 떨어져, 별들을 모아 후하게 장례지냈다. 이런식의 멋진 말이 나오는데, 그게 사실은 쿠데타로 인해 왕은 사지가 찢어져 죽었고, 그 사지를 한데 모아서 장례를 지낸거라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또한 나중에 어떻게 기록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고대의 기록처럼 신화나 설화의 형태로 기록되지는 않을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력과 해석이 가미되어야 하는 이런 옛날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는 것이다.


균형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기


 흔히들 신라 대신 고구려가 통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를 한다. 효종이 북벌을 준비할때, 갑작스럽게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삼별초의 항쟁 너무 멋지다! 자주민족의 자부심! 그 정신을 본받자!


 이 책에선 이런 생각들을 조목조목 반박해준다. 고구려가 통일을 하지 못해 대동강 이북의 땅을 차지하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약한 신라가 외세에 의존해서 통일한 것이 아니다. 


 그 당시 신라는 충분히 삼국 중에 가장 강했고, 실리 외교를 통해 삼국을 통일해냈다. 정말 신라가 약했고, 약소국 주제에 중국에 빌붙어서 강대국 고구려를 멸망시킨거라면 삼국통일이 아니라 신라 또한 당나라에 멸망당함으로서 우리 민족 자체가 중국에 흡수되었을 것이다.


 효종이 북벌을 감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청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고로 넓은 영토를 차지한 최강국이었다. 본격적인 조선 침공을 시작해서 국가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삼별초의 항쟁? 지금 생각하면 몽골에 항복한 정부가 무능해보이지만, 당시 백성들은 오히려 기나긴 전쟁에 지쳐있었고, 무조건적이고 굴종적인 항복도 아닌 고려의 자치권을 어느정도 보장해주는 협상에 가까웠다. 오히려 길고 긴 전쟁을 끝내지 못하게 계속 무의미한 저항을 하는 삼별초, 특히 고려 중기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무신정권의 후예들인 그 삼별초. 그 당시 백성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당장 먹고 사는데 유용한 상식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지식과 상식은 예금처럼 쌓아둘 수록 좋다. 그리고 읽는 내내 유쾌했던 건 확실하다. 


 다만 대화체 과정에서 "뭐뭐 했다신라~ 뭐뭐했다고구려~" 이런식으로 장난식으로 적어둔 점은 읽는데 좀 방해가 되어서 아쉬웠다. 


 읽는 내내 내가 알고있던 가짜 지식, 가리지날 들을 부수고 진짜 진실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부끄러운 점이 있고, 부끄럽다고 생각한 역사에도 배울점과 좋은점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장군들과 위인들, 이면을 찾아보면 그보다 더 큰 업적을 이루어 냈으나 묻힌 경우도 많고 실제보다 부풀려진 경우도 많다. 


 전자책으로 읽은 책은 보통 두번 읽진 않는데 이책은 시간이 되면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가볍고 유쾌하게 포장되어 심심풀이 땅콩처럼 읽을 책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과 메시지는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역사를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역사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서 균형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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