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만 저는 하다가 껐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 이후로 어떤 게임을 해도 재미가 없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엔딩을 겨우겨우 멱살 끌어가며 봤고,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하다가 유비식 오픈월드를 도저히 못견디고 삭제했다. 그 다음으로 선택한 게임은 데스 스트랜딩이었다.
이 게임도 갓겜이라고 평가가 자자했다. 우리집에 놀러온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플스가 있다면, 우선 데스 스트랜딩은 꼭 해보라고 강력 추천하였다. 메탈 기어 솔리드를 제작했던 코지마 히데오가 설립한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게임이다. 배우들의 캐스팅도 정말 화려했다. 노먼 리더스, 매즈 미켈슨, 레아 세이두...
정말 엄청난 라인업이라고 할수 있다. 많은 기대를 하고 게임을 켰다. 그 기대는 곧 연기처럼 사라졌다.
1. 컷씬이 길다. 그러나 불친절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게임의 첫 인상은 컷씬이 정말 길다는 것이다. 초반부에 기본 15분~20분 가량 되는 컷씬에 숨이 턱턱 막혔다. 보통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컷씬은 대략적인 세계관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래서 보통은 지루해도 집중해서 보게 된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개인적으로 초반 컷씬들이 별로였다. 나는 그냥 직관적인것을 좋아한다. 레드 데드 리뎀션2의 폭설에 고립된 갱단,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침략당한 쓰시마 섬 등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컷씬만 보다가 BT, 카이랄 링크, 보이드아웃, 크립토바이오트, 카이랄리움 등등 생판 처음보는 단어들이 우르르 나오고 그것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도 없어서 이게 도대체 뭔가 싶었다.
2. 읽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데 게임을 하면서 활자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 배송 임무를 받는 과정에서도 읽을 것이 너무 많고 배송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도 읽을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잊을만 하면 오는 동료들의 메일도 정말 간결하지 못하고 지루한 문장 투성이다. 이걸 안읽기도 애매한게 뭔가 게임 내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 같아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별 것 아닌것 같은 단점이고, 갓겜을 플레이하는데 그 정도 불편 감수도 못하냐! 라고 일갈할 수 도 있겠지만 그냥 나는 지루하고 별로였다.
3. 그냥 솔직히,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모르겠다.
기존에 진행했던 숄더뷰 기반의 액션 게임들은 대부분 게임이 어느정도 단순하고 스토리도 정형화되어 있다. 하지만 하나씩 필살기가 있었다. 엄청난 액션 연출(갓 오브 워)로 승부를 보거나, 진중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더 라스트 오브 어스)로 승부를 보거나, 현실에 숨쉬는 듯한 캐릭터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이입하게 하여(레드 데드 리뎀션2) 승부를 보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화끈하게 뽕맛을 느낄수 있게(고스트 오브 쓰시마) 하여 승부를 보거나 했었다.
하지만 데스 스트랜딩은 초반에 읽을거리는 엄청나게 많고, 캐릭터들에게 전혀 감정 이입도 되지 않았다. 다이하드맨? 데드맨? 히트맨? 이름도 구리고 뭐하는 놈들인지 모르겠다. 캐릭터 상호작용도 그저 홀로그램으로 슥 나타나서는 배송임무를 주며 "잘 부탁한다" / 배송 임무를 마치면 "음... 상태가 좋군. 정말 대단한걸?" 이런 류의 대사가 거의 전부여서 도대체 이 게임을 무슨 재미로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물론 기존에 하던 전투 액션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지형과 날씨를 파악해서 배송을 하는 뽕맛을 느끼라는 글들을 읽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배송완료하면 뭐 정형화된 대사 나오고 그냥 자동 넘기기로 배송 등급 올라가고 끝이더만.
배송 중 툭하면 튀어나오는 BT들과 뮬들은 그냥 짜증이 났다.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BT한테 잡혀서 고래까지 튀어나오게 되면 제대로 저항할수도 없고 그냥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며 도망갈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너무 싫었다.
트럭이 해금되어 신난다! 하고 짐을 한가득 싣고 배송을 가는데 트럭이 갈 수 있는 길이 전혀 아니었다. 험한 오프로드 길을 전전긍긍 가다가 트럭이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폭팔했다. 짐은 산산조각 흩어졌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냥 게임을 삭제해버렸다.
물론 좋은 평가가 훨씬 많은 게임이고 내가 나열한 단점을 반박할 근거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게임을 하며 풀리는 스트레스보다 쌓이는 스트레스가 더 크면 절대 참지 않는 사람이라 더 이상 못하겠어서 삭제했다. 그리고 레드 데드 리뎀션2 4회차를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