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만 2천보, 24km를 걸었다

걷는것만으로 마음의 위로가 된다

by 글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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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참 되는일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못난 생각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몇번이나 시도하는 다이어트는 계속 실패하고, 운동이든 새로운 취미든 부업이든 무언가를 시도해도 결코 꾸준히 하지 못했다. 결과물을 낸 적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상사의 악질적인 직장내 괴롭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회사를 때려치웠다.


말 그대로 충동적으로 때려치웠다. 오후 반차를 쓰고 대학병원 진료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느레 하던 소재 컨펌을 7번을 반려하더라. 내가 건강 이슈로 오후 반차인 것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염병을 했다. '아, 저 그냥 그만두겠습니다'를 메신저에 입력 해두고 제발 이쯤 하기를 빌었다.


제발 그만해라. 여기서 멈추면 한번 참는다. 한마디만 더 하면 바로 보낸다. 슬프게도 지랄병은 더 진행되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퇴사 통보를 해버렸다.


중간에 이직이야 몇번 했지만 이렇게 감정적으로 좋지 않게 회사를 때려 치운적은 처음이다. 그간 이직은 더 좋은 조건, 더 좋은 회사로의 스카웃으로 이루어졌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갑자기 시간이 남아도니 우울증 비슷한 증상이 찾아왔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다. 몸 관리, 일 등등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하지만 걷기만은 예외였다. 집에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대략 편도 8km, 서둘러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하루 16km, 왕복 3시간, 하루 2만보. 제목이 하루 3만 2천보인 이유는 엊그제 삘 받아서 3만 2천보를 찍었기 때문이다.


걷기라는 놈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다. 음악을 들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보면 어느새 목적지가 눈 앞에 다가온다. 남아도는 시간에 하루 3시간을 혹사시키며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오히려 나에겐 좋다.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면 금방 온것 같으면서도 정말 까마득하다. 언제 이렇게 긴 거리를 걸어왔나 싶다. 어찌보면 인생과도 닮아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나름의 뿌듯함을 느낀다.


온갖 생각을 다 하면서 걷는다. 15km 정도 걷고 어느덧 집 근처에 다와가게 되면 머릿속이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찬다. "아 힘들어 죽겠다." 몸이 고달프니 상념과 부정적인 생각이 함께 사라진다.


집에 도착하면 입맛이 돌아 식사를 맛있게 한다. 씻고 발 마사지를 한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녹초가 되어 곯아 떨어진다.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small success를 온 몸으로 만들어 내는 느낌. 그리고 도착해서 느끼는 광안리의 탁 트인 풍경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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