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고 세 달이 지났다

마냥 좋지많은 않다.

by 글거북

나는 수면 장애를 앓고 있다. 불면증이라 하기는 애매하다. 간헐적 수면장애 정도로 하자. 잘 자는 날과 못 자는 날이 극명하다. 규칙적이지 못하다. 잘 자는 날은 21시를 못 넘기고 잔다. 반면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은 항상 못잤다. 새벽 다섯시까지 설치다가 겨우 잠든다. 두시간 뒤에 눈을 뜬다. 세상이 잿빛이다. 지옥이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상당한 근무 강도에 3시간의 출퇴근. 커피도 아닌 핫식스를 달고 살았다. 티타임하러 갈까요? 하면 무조건 핫식스였다. 하루 2캔씩은 먹은 것 같다. 주임쯤 됬을때 핫식스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레드불로 갈아탈까 고민했다. 와, 이건 진짜 급사하겠다 싶어서 참았다.


그때부터 커피를 하루에 한 두잔씩은 무조건 달고 살았다. 출근길 컴포즈 커피를 항상 들렀다. 직장인들이 자조섞인 어투로 "오늘도 포션을 산다"라고 말한다. 딱 그 모양이었다. 맛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매일매일 커피를 마셨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직을 했다. 연봉은 깎였지만 워라밸이 보장되는 회사였다. 거리도 3km 남짓으로 가까웠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계속 커피를 마셔댔다. 1년쯤 지났을까. 드디어 수면 장애가 나타났다. 큰 걱정거리가 없어도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완전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출근하면 피곤하니 또 커피를 마셨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눈이 붉어졌다. 피부가 새까매졌다. 살이 쪘다. 짜증이 늘었다. 사소한 고비도 버티기 힘들었다. 이 비극이 커피 탓일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나약한 나의 멘탈 탓이겠지. 하지만 직장인은 공감할 거다.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희생양을 찾는다는 것. 나도 심리적 변화의 대상을 커피로 규명했다.


나는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그냥 남들 다하니까 하기 싫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올해는 처음으로 목표를 세웠다. "커피를 끊어보자."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한다. 먹고 싸는건 잘한다. 3가지 조건 중 하나인 잘 자는게 결핍된 상태이다. 나에게 다른 목표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그리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싶었다. 커피 끊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커피를 끊고 세달이 지났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겼다.


잠을 잘 잔다. 새벽 5시까지 고통받는 일은 없다. 평일엔 누우면 바로 잔다. 일요일 밤에도 잘 잔다. 이거 하나만으로 커피를 끊은 효과는 확실하다.


하지만 업무의 능률은 감소했다.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그리워진다. 아침에 하루 전날의 데이터를 취합하고 보고한다. 이때 출근길에 사둔 커피가 있다면 뇌가 쌩쌩 돌아간다. 집중이 잘된다. 커피를 끊으니 약간 몽롱한 상태로 아침 업무를 보게 되었다. 실수가 늘었다. 직장인들이 단순히 잠을 깨려고 커피를 마시는 건 아닌가 보다.


잠을 잘 잔다는 장점과 몽롱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 세 달이나 지났는데 한가지 단점 때문에 커피를 다시 마시고 싶지는 않다. 수면은 건강에 직결된다. 아침에 몽롱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눈을 뜨고 제일 처음 하는 것이 출근이 아니면 된다. 그래서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절대적인 것은없다. 하지만 보통 성공한 사람은 아침에 가장 분주하고 부지런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의 기상 후 1시간"이라는 책도 구매했다.


뜬금없이 아침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세상살이 참 쉽지 않다.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워야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커피를 끊었다. 조금 나아졌다. 그거보다 반 발자국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아침 운동을 시작한다.


이런게 느리더라도 한걸음씩 옳은 방향으로 가는게 아닐까 싶다. 거북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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