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를 깨듯이 살아왔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by 글거북


"나"하면 일단 생각나는 단어들을 쭉 적어 보았다.




"학생회장, 인싸였던 아싸, 스윙댄서, 마케터, 작가지망생, 독서인, 걷는 사람, 애처가, 약간의 불면증, 미래에 대한 불안."




정도가 떠오른다. 학생 시절에는 2년간 학생회를 하며 온갖 술자리를 섭렵했다. 인싸였다. 지금은 아싸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 인연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함께했던 학회장들은 훌쩍 성장했다. 최근에는 10주년으로 고급 호텔에 방문해서 부부 동반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마케터이자 스윙댄서이다. 2015년부터 햇수로 8년간 마케터로 근무했다. 주 영역은 온라인 광고 영역이었다. 비슷한 시기 2016년에 스윙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띄엄띄엄 거의 추지 않는다. 하지만 열정적일 때는 정오부터 자정까지 춤을 춘 적도 있다(강습, 연습 포함). 어찌나 뛰었던지 발바닥 골막이 터져서 병원에 간 적도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작가지망생이다. 2018년부터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도 일종의 작가지만, 글 생산 실적(?)이 너무 초라하여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을 썼다.




독서인이다. 일주일에 한 권은 읽는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낮에는 읽어본 적 없는 책을 공부하듯이 읽는다.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40분은 기존에 읽었던 소설들을 가볍게 읽는다. 친구들과 구글 드라이브로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기도 한다. 독서 모임을 확장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사람 모으는 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




걷기를 좋아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걷는다. 3.2만보, 25km 정도를 걷고 나면 머리 속 상념이 사라진다. 씻고 맥주를 마시고 기절하듯이 잔다. 그 느낌이 좋다.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아내를 만났다. 26살 은행원. 처음 만났을 땐 24살이었다. 좋은 직업에 한창 예쁠 나이, 돈 잘벌고 잘생긴 능력있는 오빠들이 주변에 바글바글할텐데. 누가 낚아 채갈까 싶은 조바심에 26살에 바로 청혼하고 결혼했다. 항상 고맙고 미안한 나의 아내.




생각이 많아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밤이 많다. 커피는 끊은지 제법 되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에는 수면 유도제라도 먹어볼까 생각하곤 한다.




쉬어가는 사람




지금의 나를 누군가에게 소개하자면 쉬어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나는 어디가서 쉰다고 얘기할 만한 연배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치열하고 쉼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성적에 맞춰서 바로 대학교에 진학을 했다. 1학년 2학기까지 마치고 스무살에 군대를 갔다. 시험까지 땡겨치고 바로 다음 단계인 군대로 넘어갔다. 여담이지만 교수님을 설득해서 일찍 친 시험은 C+를 받았다.




전역 후 지체할 것 없이 바로 알바를 이것저것 하다가 바로 복학을 했다. 쉴새없이 학교를 다니고 취업준비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사회로 덤벼들었다. 마케터라는 직업을 갖기 전 마음이 급해 다양한 곳에서 일을 했다. 제약 회사 영업도 뛰어보고, 밀가루 공장 생산직으로도 일했다. 아르바이트는 17살 때 시작하여 총 14가지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이 지긋한 한 면접관께서는 그 사실을 듣고 바로 합격 통보를 해주시기도 했다.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도 서른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했다. 정말 뭐가 그리 급했는지 쉬어가는 타이밍 한달도 없이 꽉꽉 채워서 살아 왔다.




나는 인생을 퀘스트 관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입 퀘스트를 종료 했으니 군대 퀘스트가 남았군. 빨리 깨고 치우자. 졸업 퀘스트가 남았군. 빨리 깨고 치우자. 취업 퀘스트가 남았군. 결혼 퀘스트가 남았군. 빨리 깨고 치우자.




잘못된 삶의 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아오다보니 필연적으로 아쉬운 결정도 제법 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쉬고 있다. 5월 중순쯤 회사를 퇴직하였으니 한달 반 정도 되었다. 마음이 솔직히 편하지는 않지만 많이 걷고, 몸 관리를 하고 글을 쓰며 보내고 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퀘스트 없이 자유롭게 방치된 느낌이다. 한동안은 이 느낌에 적응하고 나를 돌아보며 푹 쉬어갈 예정이다. 그래야 다시 달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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