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싸움이 시작된다
세상에. 치킨과 피자라니, 결코 고민하고 싶지 않은 외식계 최강계의 격돌이 드디어 시작되는군요. 이래저래 참 먹기 좋은 계절입니다. 살찌기 좋은 계절입니다. 우리는 올해 초에 떡국과 붕어빵, 길거리 어묵, 그리고 새싹비빔밥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미나리와 삼겹살의 천하통일을 거쳐 팥빙수와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시절을 지나왔죠. 아, 중간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찬란한 전어를 음미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다시 시계가 돌아 붕어빵과 길거리 어묵의 지배가 시작되기 전, 치킨과 피자라는 잔혹한 선택을 하게 되었군요.
치킨과 피자의 관계는 "한번 어긋난 의견"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부딪혀서 엇나가기 시작한 서로의 의견은, 누가 설득하여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결코 진심으로 합일되지 못하는 법입니다. 엇나간 그 순간부터 평행을 넘어 미묘한 각도에서 꾸준히 벌어지다 못해 서로를 바라볼 수 없는 지경까지 멀어져 버립니다. 치킨의 장점은 피자가 상쇄하고, 피자의 단점은 치킨이 상쇄합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고 하면 먹부림의 중간에 새콤한 기운을 주어 다시 힘내게 만드는 조연(피클과 치킨무)이 있다는 것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치킨과 피자는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관계입니다. 유비는 일평생의 성패가 달린 익주 정벌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평생 조조와 반대로 행동했소. 조조가 급하면 나는 느긋하고, 조조가 불이라고 하면 나는 물이라고 했기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소. 하지만 이제 와서 내가 조조와 같이 칼을 뽑아 패왕의 길을 간다면 천하가 나를 저버릴 것이오." 치킨과 피자의 관계는 유비와 조조의 관계로도 빗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하이분지계를 제안합니다. 피자나라 치킨공주를 통해 모두를 품으십시오. 보다 넓은 마음으로 무엇 하나 버려지는 것 없이 모두를 품으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저녁식사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