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같겠지만 현실은 양날의 검
나는 스윙댄스를 삶을 바꿔보려고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매거진 1화를 참고하길 바란다. 거창한 이유 같지만, 확실한 것은 "주말에 심심한데 한번 배워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피폐해져 있었고 주말 시간을 활용해서 나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위해서 스윙 빠를 찾아오곤 한다. 나는 스윙 빠에서 단 한번의 연애를 했고 단 한번(?)의 결혼을 했다. 가장 좋은 케이스인 것이다. 솔직히 지인에게 권유할 때 나의 모범 사례를 많이 팔아먹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그렇다, 자랑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윙빠만큼 정분나기 쉬운 곳이 없다.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기 위해 남녀간에 스킨십을 해야 하고, 신나는 감정은 이게 곧 사랑인가 하는 착각에 들게 한다. 파티가 있어서 음식과 술이라도 깔리는 순간 이런 감정은 더욱 증폭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호회에서는 초기 단계에서의 연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솔직히 좀 유치하긴 하다. 다 큰 어른인데 사생활을 규제한다는 것이. 엄밀히 말하면 연애를 규제하는것이 아니라 수강생들끼리의 뒷풀이나 벙개를 규제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제하겠는가. 물론 이는 지역, 동호회마다 다르고 또 강사마다 다르다.
엄격한 강사는 단체 카톡방조차 만들지 않는 경우도 봤다. 스윙씬은 사람 한명 한명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초기 이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춤에 흥미를 느끼기 전에 연애를 시작하면 99% 발길을 끊는다. 솔직히 나같아도 춤을 배우는 초창기에 연애를 시작했더라면 이 취미를 오래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픈 사실은, 강습 초기에 눈 맞아서 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더라.
가장 좋은 케이스는 나 처럼 1년 정도 춤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같은 동호회 두 기수 후배였다.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기수도 달랐고 강사나 보조강사, 졸업공연 도우미 등으로 엮이지도 않았다. 뒷풀이에서 만난 적도 한번도 없다. 그냥 서로 합이 잘 맞아서 자주 춤을 추는 사이였는데 내가 마음에 들어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스윙 빠에서 연애하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 있다. 일단은 감성적인 이야기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파트너 댄스를 춘다는 것 자체가 너무 로맨틱하다. 그리고 취미가 같으니 싸울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주말에 데이트 코스로 고민할 일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영화 한편 보고 카페 갔다가 만원짜리 두장 들고 출빠해서 소셜을 즐긴다. 끝나면 맥주한잔 마시고 귀가.
그리고 취미가 같다는 것은 관심사가 같다는 것이므로, 대화 주제가 끊이질 않았다. 카페에 가서도 스윙댄스 대회 영상을 보고, 해외 챔피언들의 강습 써머리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걸 또 같이 연습해서 써먹어보기도 하고. 같은 목적의식을 갖고 달리다 보니 동질감과 전우애도 생겼고, 일반적인 연애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단점도 그에 못지 않다. CC와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연애를 하다가 한번이라도 헤어져서 "과거"가 남게되면 항상 따라 다닌다. 스윙 빠에서 연애를 시작했는데, 상대의 전 여친 혹은 전 남친을 근거리에서 주기적으로 봐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개된 커플이기 때문에 설령 싸우거나 하면 티가 난다. 나는 지금의 아내와 싸운 적은 없는데, 각자 일정이 있어 혼자 출빠하는 날에는 "OO는 어디갔어?"라는 질문을 진짜 30번은 넘게 받곤 했다. "여자친구는 일이 있어서 못왔어요"라고 인쇄된 티셔츠를 한벌 주문해야하나 고민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애초에 동호회에 연애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2~3주만에 나가는 뜨내기들도 많고, 춤에 흥미를 느끼고 자리는 잡았으나 연애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들이대는 사람도 많다. 좋지 않은 소문이 나서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다. 열심히 활동했으나 연애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 마음이 중요하지 춤이 충요하냐!" 라는 말도 몇번 듣긴 했는데, 이 취미를 5년 이상 지속했던 사람으로서 솔직히 아쉬웠다. 춤 자체에 흥미를 좀 더 갖고, 돌이킬 수 없는(?) 흥의 모멘텀을 장착한 후에 일반인이든 스윙인이든 만나서 연애를 하게 된다면, 한번씩이라도 빠에 다시 돌아올텐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 동호회와 강사들이 배우는 초기 단계에서는 동기들끼리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추는 것은 정말 로맨틱하지만 그건 그냥 라라랜드 이야기고, 스윙 빠에서 연애를 하는 것은 정말 양날의 검과 같다. 나는 연애를 생각하지 않고 춤을 시작했는데, 결론적으로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스윙 댄스를 통해 가장 큰 복을 받은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