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터질때까지 춤춰봤나요?

이 춤을 추다가 부상을 당할 줄이야

by 글거북

나는 춤을 잘추고 싶은 욕망에 스윙댄스 팀에 들어갔다. 그리고 팀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을 당했다. 취미로 추는 스윙댄스를 추다가 부상을 당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춤을 추다가 발목을 접지르거나 하는 경우는 간간히 발생하긴 하지만 순수하게 너무 무리해서 피로골절과 같은 형태의 부상이 발생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앞의 파트에서 이야기했듯이 팀에서는 피지컬과 기본기를 매우 중시했었다. 연습때마다 12분짜리 스쿼트 루틴을 돌렸고 매우 빠른 음악(체감 BPM 220)에 바운스와 트리플 스텝, 찰스턴을 끊임없이 하도록 연습시켰다. 훈련을 두번쯤 받았을 때인가, 발바닥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발바닥이 불타는듯이 아팠고 제대로 걸을수도 없었다.


이틀 정도 절뚝거리면서 지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직장 근처의 정형외과를 갔다. 의사는 x레이 사진을 보더니 뭘 하다가 이렇게 됬냐고 물었다. "춤을 추다가... 이렇게 되었는데요."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라. 너무 뜻밖의 대답인듯 했다. 무뚝뚝하고 단정하고 덩치가 큰,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사무직 남성과 춤이 전혀 매칭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칠 정도로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려웠겠지.


"무슨 춤을 추길래 이렇게 됬습니까?" / "아, 스윙댄스라고... 주말에 취미로 추는 춤입니다" / "강도가 상당한가보네요?" / "네 제가 좀 빡세게 추는 편입니다"


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의 진단명(?)은 발바닥 골막 파열이었다. 발바닥의 뼈 사이에 골막이라고 불리는 막이 있는데,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그 골막이 파열된 것으로 주사를 맞고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 질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꼭 하라고 했다. 첫째, 춤을 줄이거나 / 둘째, 체중을 엄청나게 줄이거나.


발바닥에는 주사를 처음 맞아봤는데 정~~말 아팠다. 태어나서 맞아본 주사 중 압도적 원탑이었다. 의사가 처방했던 두 가지 해법(춤을 줄이거나 체중을 줄이거나)은 안타깝게도 어떤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회복되고 나서 나는 다시 미친듯이 춤을 췄고 체중도 딱히 줄이지 않았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스윙댄스를 춘다고 해서 딱히 체중이 줄지는 않는다. 이도 일종의 유산소이긴 하지만 보통 빠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댄서라면 보통 뒷풀이를 하기 마련이고, 신나게 춤을 추고 족발에 소주나 치킨에 맥주를 마시다보면 살은 오히려 찌게 된다. 뒷풀이를 적당히 자제하면서 즐긴다면 살이 빠질수도 있겠다.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하던대로 했으나 다행히도 다시 부상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훈련의 강도가 강해진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제와서 뇌피셜로 생각해보건데 기본기가 향상되어 몸에 무리가 덜가는 방향으로 실력이 상승된게 아니었을까 싶다.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이 일은 나중에 경력이 차서 제자들에게 꼰대같은 소리를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라떼는 발바닥이 터질때까지 춤을 춰서 2주간 절름발이로 지낸 적도 있었다"고. 틀린말은 아니긴 하다. 나의 스윙 모토는 "할 수 있는 모든것은 다해보자" 였다. 그래서 강사도 했고, 팀에도 들어갔고 대회도 나가봤고 해외출빠도 해봤다. DJ로도 활동했으며 빠에서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다. 거기에 흔치 않은 부상까지, 진짜 어지간한건 다 해보긴 해본것 같다.

keyword
이전 07화스윙댄스 팀에 들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