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함의 극치
그러고 보면 소시지도 참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나라마다 모양과 맛이 다르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건 한국식 소시지일 것이다. 먹어 보진 못했어도 익히 들었을 독일 소시지가 그다음으로 익숙할 것이다. 대만에도 대만 스타일의 소시지가 따로 있다. 샹창(香腸)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향이 좋은 혹은 맛있는 내장이 된다. 이 샹창은 유난히 달짝지근한 게 특징이다.
대만에서 교환 학생으로 있을 때 학교 앞에 나름대로 규모가 큰 샹창 전문 식당이 있었다. 샹창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던 곳으로 기억한다. 당시 웬만하면 대만에만 있는 요리로 식사하고 싶던 때라 그 식당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소시지가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냥 한번 가 볼까 싶어서 샹창 볶음밥을 시켜 먹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상상하던 소시지의 맛이 아니었다. 그동안 먹었던 소시지보다 좀 더 기름지지만 그렇다고 느끼하진 않으며, 단맛이 확 올라오지만 과하지 않은 달큼한 맛이 놀라웠다. 게다가 샹창 특유의 불 향과 고소한 향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그날부터 난 샹창의 팬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만 특유의 샹창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그 비밀은 명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말 청초 중국의 푸젠성, 광둥성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 그리움에는 음식도 포함되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가져온 다양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대량의 소금으로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와 베이컨을 보존했다. 그렇게 대만에서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어려웠던 문제도 이런 식으로 해결되었다. 초기에는 오늘날 홍콩식 소시지처럼 건식 절임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 소시지는 짜고 느끼하며 건조하고 딱딱했다. 결국 개량을 거쳐 오늘날의 겉바속촉 육즙 가득 대만 샹창이 탄생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들어서는 대만의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 1958년에는 냉장고도 출시되었다. 그때 사람들은 여유가 생기면서 극장에 가는 등 다양한 오락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샹창은 대만의 극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고 야시장에서는 안 보이면 섭섭한 필수 간식이 되었다.
샹창은 대만 설날과 추석의 상차림에도 올랐다. 샹창의 붉은색과 붉은 쌍희자(囍)와 연결되어 넘치는 기쁨을 상징하게 되었다. 샹창 꼬치를 창문에 매달아 놓기도 하는데 이는 붉은색의 춘련(春聯)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샹창의 긴 길이 때문에 '오래오래'라는 뜻이 생기기도 했다. 따라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샹창을 먹는 것이 명절 문화 중 하나가 되었다.
타이난 여행 계획이 있다면 타이난에 위치한 헤이차오파이 샹창 박물관(黑橋牌香腸博物館)에 가 보면 이색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대만의 첫 샹창 브랜드에서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의 소시지에 관한 이야기와 정보를 담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마치 한국에 있는 김치 박물관 같달까? 2024년에는 타이난시와 합작하여 타이난 샹창절(台南香腸節)라는 타이난 샹창 페스티벌도 열었다고 한다. 대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