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볼에 매실 가루도 뿌려 먹어야!

새콤달콤 짜릿해

by 조혜미

한국이 고구마를 참 많이 먹는 나라지만 대만도 만만치 않다. 편의점에서는 따뜻한 군고구마를 쉽게 사 먹을 수도 있다. 버거 가게인 단단버거에서는 감자튀김이 아닌 고구마튀김을 즐길 수 있다. 수많은 고구마 요리 중 대표 격인 음식이 있으니, 이름하야 고구마볼(地瓜球, 디과추)이다. 고구마라는 뜻의 地瓜(디과)와 공이라는 뜻의 球(추)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서 주주단(啾啾蛋)이나 QQ추(QQ球)로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QQ는 대만에서 '쫀득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대만 교환학생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대만 친구들이 흥분하며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학교 주변에 일주일에 한 번만 오시는 고구마볼 아저씨가 왔다는 것이다. 뭔가 싶어서 따라가 봤는데 탱탱볼만 한 노란 공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름에 튀긴 것이 맛있어 보여 한 봉지 사서 먹었다. 예상과 다른 맛과 식감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찹쌀도넛처럼 속에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갈빵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참고로 소가 있으면 사오마단(燒馬蛋)이라고 한다.) 쫀득쫀득하기도 해서 식감이 깨찰빵 같았지만 좀 더 바삭하고 씹기 편한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고구마의 향까지. 긴 말이 필요 없었다. 그냥 맛있는 고구마 간식 그 자체였다. 그 이후 고구마볼 아저씨가 오는 날을 기억해 뒀다가 사 먹으러 간 기억이 있다.


이런 고구마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퇴직한 노인 한 분이 만들었다는 설이다. 노인은 신베이시(新北市) 중정교(中正橋) 아래에서 고구마를 재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의 하천 정비 사업으로 일하고 있던 굴착기 기사들이 실수로 노인의 고구마 밭을 파헤쳤다. 결국 밭과 고구마는 엉망이 됐다. 하지만 노인은 고구마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를 기름에 튀겨 먹었다고 한다. 그 맛이 꽤 달콤해서 야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량을 거쳐 지금의 고구마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구마볼은 대만에서 야시장만 가면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야시장마다 여러 가게가 있는데 맛집은 찾기 어렵지 않다. 줄이 가장 긴 곳에 가면 된다. 이런 곳은 회전율도 높기 때문에 그만큼 갓 튀겨서 따뜻하고 더 맛있는 고구마볼을 맛볼 수 있다. 가끔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고구마볼을 만드는 긴 과정을 볼 수도 있다. 그때 넘실거리는 기름을 보면 먹어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입 안 가득 고구마볼을 넣는 순간 기름 따위는 잊게 된다. 고구마볼의 크기는 파는 곳마다 다르다. 한입에 쏙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경우도 있고, 반으로 베어 먹어야 할 정도로 큰 경우도 있다. 어떤 크기의 고구마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색깔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는 노란색이지만 고구마의 껍질 색인 보라색 고구마볼도 섞여 있다.


보통 고구마의 맛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맛(原味)을 사 먹는다. 고구마볼을 좀 먹어 봤거나 도전적인 사람은 매실가루를 뿌려 먹는다. 자칫 텁텁할 수 있는 고구마를 새콤달콤한 매실 가루와 함께 먹는 것이다. 적당량을 뿌렸을 때 고구마볼의 달고 고소한 맛과 매실 가루의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의 조화를 선사한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을지언정 밋밋한 입속을 상큼하게 생기 있게 만들어 준다는 점은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여유가 되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고구마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설탕과 타피오카 전분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그 반죽을 나눠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고 중불로 기름에 튀긴다. 납작한 조리 도구로 한 번씩 눌러 주고 다 익었다 싶을 때 꺼내 먹으면 된다. 불 조절만 잘한다면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간식이니 시도해 보는 걸 추천한다.


고구마볼은 고구마라는 흔하디 흔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대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간식이다. 몇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니 대만에서 고구마볼을 발견한다면 꼭 그냥 지나치지 말고 맛보길 바란다. 가느다란 나무 꼬치로 고구마볼을 콕콕 찔러서 입에 넣으면 쫀득쫀득 달콤한 맛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