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과 복이 가득하기를
대만에서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한국처럼 구워 먹는 방식은 아니다. 퐁실퐁실 새하얀 만터우(饅頭)를 반으로 갈라 양념이 고루 베인 삼겹살을 넣고, 그 위에 땅콩 가루와 느끼함을 잡아 주는 채소를 얹는다. 여기에 고수를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이 완성본을 한입에 앙 베어 물면 입안은 즐거워지고 배는 든든해진다. 이렇게 묘사만 해도 맛있는 걸 알 수 있는 음식은 바로 '대만식 햄버거'라 불리는 '과바오(刈包, 割包, 掛包)'다.
개인적으로 이 음식의 이름과 관련된 독특한 경험이 있다. 사실 아무리 한자가 어렵다고 한들 어느 정도 공부하다 보면 비슷하게 생긴 한자들은 독음도 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따라서 혼자 의미만 파악할 때는 대충 비슷하게 읽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혼자 이름을 잘못 알고 있던 대만 음식이 과바오였다. 매번 '저건 뭘까?'라는 생각만 하며 지나갔다. 속으로 '샤바오'라고 잘못 읽으며. 刈의 생김새가 멈추다라는 뜻의 '刹(샤)'와 비슷하게 생겨서 멋대로 읽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刈는 원래 '이'라고 읽는데 과바오를 말할 때는 '과'로 읽는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 과바오는 割包, 掛包라고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과바오를 의미할 때는 割(거)와 掛(과) 모두 '과'로 읽는다. 이렇게 한자의 원래 발음과 다르게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난어 발음이 과바오이기 때문이다. 刈는 '풀이나 곡식 따위를 베다'라는 뜻이 있다. 割 역시 유의어이기에 과바오라고 읽는다. 掛는 그 자체로 '과'라고 읽기 때문에 셋 다 包와 붙으면 과바오가 된다.
이렇게 다양한 글자로 쓸 수 있는 과바오는 장비와 제갈량이 발명했다는 설이 있다. 장비가 칼로 만터우를 벤 후 갈라진 만터우 사이에 소를 넣었다고 해서 과바오가 됐다고 한다. 한편, 제갈량이 사람의 머리를 제사상에 올리는 악습을 멈추고자 발명했다는 설도 있다. 이후 초기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 이민자들이 대만으로 이주할 때 과바오도 같이 들어왔는데 이때는 푸저우 탕바오(福州湯包)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국물 때문에 들고 다니기 불편했던 탓에 건식 형태로 개량되어 오늘날의 과바오가 탄생했다.
한편, 과바오가 푸젠성 취안저우(泉州)에서 대만으로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취안저우 후이안(惠安)에서는 딸이 시집갈 때 '러우자바오(肉夾包)'를, 며느리를 맞이할 때는 '바바오판(八宝饭)'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러우자바오는 고기를 빵 사이에 넣어 먹는 형태로, 이를 ‘호랑이가 사자를 문다’는 뜻의 ‘후야오스(虎咬獅)’로 부르기도 했으며, 대만에서는 사자 대신 돼지를 문다는 뜻의 ‘후야오주(虎咬豬)’로 불리기도 했다.
1927년 대만의 세력가 황왕성(黃旺成)의 일기에는 웨이야(尾牙)에 후야오주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웨이야는 매년 음력 12월 16일, 즉 토지 수호신인 토지공(土地公)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을 말한다. 이 일기를 통해 대만에서는 약 100년 전에도 과바오를 먹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돼지고기가 비쌌기 때문에 과바오는 연회 때나 먹을 수 있던 고급 음식이었다.
오늘날에도 대만 사람들은 매년 연말, 특히 회사 종무식 때 과바오를 먹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왜 하필 연말에 먹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바오의 생김새에 있다. 지갑처럼 생긴 빵 안에 다양한 재료가 가득 들어간 모습이 '풍족함'과 '재물운'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과바오의 다른 이름인 후야오주에는 빵이 호랑이의 입을 닮아 온갖 액운을 다 먹어 없앤다라는 뜻도 있다. 일각에서는 후야오주가 福咬住(복을 꽉 물다)의 민난어 발음과 발음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객가족(客家族, 커자족) 사람들은 안에 들어 있는 소를 복채(福菜)로 여겨 복을 잡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사업상의 이유로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웨이야 때 과바오를 먹으면 한 해 동안 했던 선의의 거짓말을 싸서 먹어버린다는 의미가 된다고도 한다. 음식 하나에 다양한 상징과 풍습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과바오는 아직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만 음식이다. 하지만 대만의 아침 식당이나 야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요즘에는 과바오 전문 식당도 있어서 삼겹살 외에도 다양한 고기와 재료가 들어간 과바오가 등장하고 있다. 대만 여행을 간다면,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를 즐겨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