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누가크래커를 먹으려면 아침잠 따위

오픈런까지 불사하게 만드는 달콤 짭짤 고소 간식

by 조혜미

대만에는 현지인보다 외국인, 특히 관광객에게 더 유명한 음식들이 있다. 예전에 대만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왔을 때, 디저트를 몇 상자씩 사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디저트는 대만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하다며, 선물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라 고개를 갸웃했었다. 친구가 한번 먹어 보라며 하나 건넸고, 맛을 보니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았다. 오히려 나는 펑리수가 훨씬 더 맛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반대로 대만인보다 한국인에게 더 유명한 대만의 디저트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누가크래커(牛軋餅, 뉴자빙, 뉴가빙)다. 파 크래커 사이에 쫀득한 누가(nougat)를 끼운 이 디저트는, 각종 SNS와 여행 블로그에서 ‘대만 필수 쇼핑템’으로 손꼽히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브랜드 제품이 맛있는지까지 공유되면서, 일부 인기 매장은 오픈 시간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벌어질 정도다. 이 정도이다 보니 누가크래커 구매 대행이라는 재미있는 창조 경제도 생겼다. 급기야 대만 방송국에서 이런 현상을 취재하기도 했다. 전문점들 구글 리뷰를 봐도 한국인이 줄을 서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간혹 일본인이 줄을 서 있다는 글도 있고, 정작 대만인들은 다른 디저트를 사 간다는 리뷰도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한국인과 누가크래커가 있었다.


마트에서 파는 것과 전문점에서 파는 것 둘 다 먹어 봤는데 확실히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더 맛있었다. 하얀 누가가 훨씬 부드러워 씹기가 좋고, 이에도 달라붙지 않아 먹기 더 편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유명 맛집의 누가크래커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누가크래커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우선 '누가(nougat)'부터 알아보자면, 누가는 꿀과 견과류를 섞어 만든 중동 디저트가 지중해 지역으로 전파되어 변형된 것이다. 이후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의 지방 귀족 결혼식에 등장했다. 꿀과 아몬드, 머랭 등으로 만들어진 달콤한 답례품으로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결혼식 답례품이기에 평온함, 달콤함, 영원함의 뜻이 담겨 있다.


이러한 초기 형태를 바탕으로 대만에 전해진 누가는 현지 식재료가 더해지며 변화를 거듭했다. 분유를 주재료로, 설탕과 크림, 머랭, 견과류 등이 풍부한 식감을 더해 주었다. 풍미를 더하기 위해 말린 과일이나 꽃잎이 들어가기도 했고, 라이스페이퍼로 누가를 싸기도 하며 대만식 누가가 완성됐다.


누가크래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한 누가 판매점에서 요리사가 실수로 누가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료가 비싸기도 하고 그냥 버리기도 아까워 샌드 쿠키처럼 짭짤한 과자 두 개 사이에 누가를 넣어 만들어 먹어 봤다. 이것이 의외로 맛있어서 누가크래커가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신주(新竹)시의 한 제빵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가 갑자기 떠올린 아이디어로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비슷하게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았던 핑둥(屏東)현의 서양 제과점이 원조라는 설도 있다. 이 가게는 사모님이 다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사모님이 샌드 쿠키를 먹고 영감을 받아 사장님과 함께 파 크래커에 누가를 넣어 판매했고, 그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옌수이(鹽水)구의 한 돌봄 교실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돌봄 교실 선생님이 파 소다크래커에 우유 사탕을 넣어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줬다가 반응이 좋아 선물용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누가크래커는 점차 대중화되었고, 원래의 누가보다 훨씬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누가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변화 속에서 특히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인기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한국과 대만 사이의 흥미로운 문화 교류의 상징이 됐다고 할 수도 있다. 입소문을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이 작은 디저트는 지금도 많은 여행객들의 캐리어 속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저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디저트인데 이야기와 역사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다시 한번 그 맛을 음미하게 된다. 다음에 대만을 찾는다면, 단순히 유명세만 좇기보다 그 속에 담긴 정성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누가크래커를 즐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