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위안 한 그릇 먹으면 완료
한국에서는 설날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먹는다고 한다. 무언가를 먹고 한 살을 먹는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국가에서는 새알심과 비슷한 탕위안(湯圓)이라는 것을 먹는다. 둥근 알에 팥, 깨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가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기도 하다. 정월대보름(원소절, 元宵節)에도 먹는다고는 하지만, 탕위안은 동지에 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탕위안의 둥근 모양은 화합과 원만함을 상징한다. 가정의 화목함, 특히 끈적이는 찹쌀을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가족 간의 사이가 더 끈끈해진다는 뜻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탕위안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다양한 설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설은 송나라 명주(明州; 현재 저장성(浙江省) 닝보시(宁波市)) 기원설이다. 검은깨, 돼지기름, 백설탕 등으로 소를 만들어 찹쌀가루를 입혀 둥글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냄비에 알이 떠올랐기 때문에 탕위안이 아니라 부원자(浮元子)라고 불렸다고 한다.
왜 하필 동지에 탕위안을 먹어야 할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한 가지 설은 이것이다. 민난(閩南) 지역에 한 가난한 부부에게 어린 딸이 있었는데, 아내가 사망한 후 남편이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딸을 팔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딸이 그 이야기를 듣고 괴로움에 기절하자, 아버지는 딸을 깨우기 위해 미음 한 그릇과 찹쌀 경단 몇 개를 얻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딸과 아버지 모두 그 찹쌀을 차마 다 먹을 순 없었다. 다 먹으면 영원히 헤어질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몇 년 뒤, 부잣집 계집종으로 팔려간 딸이 갑자기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집 앞 문고리에 크고 둥근 찹쌀 경단 두 개를 걸어 놓고 아버지가 와주길 바랐다. 매년 아버지가 딸을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찹쌀 경단(糯米圓)을 먹는 풍습이 민난 지역에서 점차 퍼졌다고 한다.
이후 탕위안을 먹는 풍습이 중국 민간에서 널리 퍼졌다. 가난한 사람들은 순수한 찹쌀로 만든 작은 위안짜이를 먹었고, 부유한 사람들은 설탕과 땅콩 가루를 넣어 비교적 큰 위안쯔무(圓仔母)를 먹었다고 한다. 또한, 동지에 음양이 교체되기 때문에 탕위안을 먹으면 빨리 자랄 것이라는 믿음도 퍼져 탕위안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당송 시기에 찹쌀로 만든 이것이 쪄서 만드는 마른밥 혹은 인절미를 뜻하는 구이(糗餌)에서 물에 삶는 부원자로 변했다는 말도 있다.
대만에서는 탕위안을 위안짜이(圓仔) 혹은 미위안(米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지에 신과 조상을 기리며 가족의 화합과 원만함을 기원한다. 탕위안은 비벼서 둥글게 만들고, 정월대보름에 먹는 위안샤오(元宵)는 찹쌀가루를 소에 굴려서 둥글게 만든다. 탕위안의 소는 위안샤오보다 다양하다. 달거나 짠 소가 들어 있고, 혹은 소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편, 위안샤오는 보통 달콤한 소가 들어 있다.
옛날 사람들은 탕위안으로 미래 운세를 점치기도 했다. 임산부가 탕위안을 화로에서 굽다가 탕위안이 터지면 아들, 터지지 않으면 딸이라고 한다. 탕위안을 체 위에 올려놓고 두 알씩 먹다가 한 알이 남으면 아들, 남는 게 없으면 딸을 낳는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탕위안으로 금전운을 측정했다고도 한다.
탕위안을 먹을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우선, 탕위안을 홀수로 먹으면 안 된다. '홀로 남겨지다', 즉 '외톨이가 되다'라는 뜻의 뤄단(落單)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에서 단(單)은 홀수 혹은 혼자라는 뜻이다. 홍탕위안과 바이탕위안은 각각 인간관계(人緣)와 부부의 인연(姻緣)을 뜻하므로 두 가지 색의 탕위안은 모두 배불리 먹어야 한다. 다만 탕위안 한 알당 칼로리가 낮지 않으므로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건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탕위안을 먹을 때 외지에 머무르면 안 된다. 동지에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서 오후 5~6시 정도면 날이 어두워진다. 민간 신앙에 따르면 음기도 가장 심하게 바뀌는 시기이므로 최대한 원래 지내던 곳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지 전후에는 결혼하면 안 된다. 전통 금기 중 결혼은 최대한 사립사지(四立四至)를 피해야 한다. 사립사지란 '사리(四離)'와 '사절(四絕)'을 합쳐 부르는 말로, 입춘, 입하, 입추, 입동 그리고 춘분, 하지, 추분, 동지를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이때의 전날을 불길한 사절일(四絕日) 및 사리일(四離日)로 여겼다. 이에 결혼뿐만 아니라 이사, 개업, 공사 등 큰일을 시작하는 날로는 피하라고 했다.
동지라는 중요한 날에 먹는 음식이다 보니 유래도 의미도 얽힌 이야기도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주로 팥죽을 먹는데 대만에서는 탕위안을 먹으니 문화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세상에는 굳이 동지가 아니더라도 탕위안을 먹어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한번 맛을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