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꽉 찬 재료
간편하지만 영양소는 다 챙길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김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청명절에 자주 먹는 룬빙(潤餅)이 그 역할을 한다. 처음 보면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낵랩 혹은 크레페가 아닌가 싶다. 놀랍게도 이 룬빙은 고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대만에서는 룬빙에 익힌 채소, 고기채, 두부, 달걀, 땅콩가루, 설탕 등을 넣어 먹는다. 기름에 튀기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룬빙의 유래 중 가장 대표적인 설은 한식(寒食) 풍습과 관련이 있다. 한식 때는 불을 피워 요리하면 안 되므로 미리 만들어 둔 찬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때 다양한 재료를 밀전병에 싸 먹는 형태가 자리 잡았다. 이후 한식과 청명절이 합쳐지면서 룬빙을 먹는 전통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편, 춘추전국 시대의 춘반(春盤), 즉 입춘 때 궁중에서 진상된 햇나물 음식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당시에는 봄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오신반(五辛盤)인 파, 마늘, 부추, 갓, 고수 등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채소들의 강한 향과 맛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재료들을 밀전병에 싸 먹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이것이 춘병(春餅)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이러한 춘병이 중국 대륙의 남부, 대만, 동남아로 전해지며 룬빙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명나라의 충신인 채복일(蔡復一)과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채복일은 일을 하느라 식사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의 부인이 여러 재료를 채 썰어 볶은 뒤 얇은 밀전병에 싸서 남편에게 차려 주었다. 이렇게 탄생한 부인박병(夫人薄餅), 즉 부인 전병이 룬빙의 전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룬빙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지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현지 재료나 조리법이 녹아들어 있어 각 나라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에서는 룬빙을 국물에 넣어 먹는다고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룬빙은 룸피아(Lumpia)라고 불리며, 룬빙의 발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인도네시아의 대표 간식으로 통한다. 필리핀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존재한다.
룬빙의 재료는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대만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해외 음식은 해외에서 먹어 봐야 현지의 맛을 가장 잘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대만에 간다면 한번 맛보길 바란다. 룬빙을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도 존재하니 기대하고 먹어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