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는 오래된 생강을 오리와 함께 먹는다?!

뜨끈뜨끈 이만한 보양식이 따로 없음

by 조혜미

대만이 아무리 덥다 한들 겨울에는 꽤 쌀쌀하다. 더군다나 대만 사람들은 워낙 더운 것에 더 익숙해져 있다 보니 한국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추위에 약한 편이다. 이렇듯 추울 때 먹으면 좋은 보양식이 하나 있다. 바로 장무야(薑母鴨)라고 불리는 요리다. 장무야는 장무(薑母) 혹은 라오장(老薑)이라고 불리는 오래된 생강과 오리고기를 함께 끓여 먹는 따뜻한 보양식이다. 들어가는 대표적인 재료만 봐도 몸에 좋은 게 느껴진다. 실제로 오리는 찬 성질, 생강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음식이라 서로의 성질을 보완해 준다고 한다.


이러한 장무야의 기원으로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가장 오래된 설은 궁정 음식설이다. 중국 상(商)나라 시대 황제를 위해 궁중 어의였던 오중(吳仲)이 창안한 요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는 황실의 건강을 위해 참기름에 오리고기와 오래된 생강을 볶은 뒤 술을 넣고 끓여 내는 보양식을 만들었는데, 이 음식은 근육과 혈맥을 풀어주며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 궁정 요리가 민간으로 전해지며 일반인들도 즐기는 음식이 되었고, 훗날 장무야의 원형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설은 민난(閩南) 기원설이다. 중국 푸젠성(福建省) 취안저우(泉州) 지방의 전통 요리 옌야(鹽鴨), 즉 소금에 절인 오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옛날 민난 지방 사람들은 오리고기를 소금으로 절이고 말려서 먹었는데, 청나라 시대 이후 이 지역 이주민들이 대만으로 건너오면서 조리 방식까지 함께 전파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마른 볶음 형태였으나, 1980년대 대만 요식업자들이 참기름, 미주(米酒), 중국 약재를 더해 국물이 있는 탕 형태로 개량하면서 지금의 장무야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대만식 장무야는 다시 중국 본토로 역수출되어 고향인 민난 지역의 조리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 장무야의 이름과 관련된 독특한 민간 전설도 구전된다. 청나라 말기 오리 치기를 생업으로 삼았던 주일귀(朱一貴)의 반청 봉기 당시 오리 군대를 이끌던 이야기와 연결된다. 전쟁 후 남은 암컷 오리들이 슬픔으로 병들자 사람들이 생강을 먹여 회복시켰고, 그 오리를 요리해 먹은 것이 장무야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화다.


장무야는 1968년 <연합보(聯合報)>의 겨울철 보양식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1981년 디왕스푸(帝王食補)라는 전문점의 등장 덕분이었다. 창업자인 톈정더(田正德) 씨는 신주(新竹)에서 자란 산둥 출신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잦은 음주로 간경화를 앓았는데, 중의사의 처방을 응용해 어머니가 오리의 일종인 훙몐판야(紅面番鴨)로 끓인 약용탕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를 계기로 기존의 민난식 오리 요리를 대만식으로 개량하여 장무야를 완성했다.


대만식 장무야는 진한 참기름 향과 생강의 매운맛, 미주의 알코올 향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당귀, 당삼 등 한방 재료를 넣고 한 시간 이상 약불에서 끓여내면 술 향은 날아가고 약재와 생강의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보통 사용하는 오리는 수컷 훙몐판야로, 지방이 적고 근육이 단단해 오랜 시간 끓여도 질기지 않아 장시간 약불 조리에 적합하다.


1980년대 이후 장무야는 빠르게 대만 전역에 퍼졌다. 특히 북부 지역에서는 겨울철마다 거리마다 솥뚜껑에서 흘러나오는 생강 향이 진동하며, 가족이나 친구들이 둘러앉아 먹는 대표적인 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홍게 장무야처럼 조금 더 특색 있는 장무야가 등장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쌀쌀한 날씨에 대만에 방문한다면 장무야를 먹으며 몸을 녹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