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는 양고기가 보양식이다?!

뜨끈뜨끈 겨울에 먹으면 사르르

by 조혜미

날이 추워지면 저절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게 보양식이라면 더더욱 마다할 이유가 없어진다. 대만 사람들이라면 이런 겨울철에 양러우루(羊肉爐)를 떠올린다고 한다. 양러우루는 쉽게 말하면 양고기 전골이다. 대만의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겨울의 상징 같은 존재이다. 양러우루는 큼직하게 썬 껍질 있는 양고기, 양갈비, 양 뼈와 얇게 썬 양고기 슬라이스까지 다양한 형태의 양고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슬라이스는 샤부샤부처럼 끓는 국물에 살짝만 담갔다가 바로 건져 먹는 게 별미다. 고기 이외에도 양배추, 튀긴 두부피 등 각종 채소와 완자류 등이 들어가며, 소스를 찍어 먹을 수 있다.


양러우루는 대만의 남부 지역, 특히 가오슝(高雄)의 강산(岡山)과 장화(彰化)의 시후(溪湖) 일대에서 발달했다. 가오슝 톈랴오(田寮) 일대의 진흙 화산 악지대는 산양을 방목하기 좋은 환경이었고, 강산은 교통이 편리해 양고기가 모이고 거래되는 집산지였기 때문이다. 한편, 전통 농촌 사회에는 소를 농사에 쓰는 귀한 가축으로 여기며 소고기를 꺼리는 풍습이 있었기에 양고기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보양 식재료로 활용되었다. 강산 일대에서는 예전부터 지게를 메고 다니며 양고기탕과 양고기 국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는데, 이런 길거리 양고기 문화가 훗날 양러우루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강산과 시후의 양러우루는 각자 다른 스타일로 발전했다. 강산 양러우루는 보통 껍질째 사용한 토종 산양고기와 뼈 있는 부위를 듬뿍 넣고, 각종 한약재와 함께 오래 끓여 풍미가 진한 붉은 국물인 홍사오(紅燒) 스타일이다. 여기에 강산 특유의 두반장이나 두부유(두부젓)를 섞어 만든 소스를 곁들이면, 진하고 구수한 남부풍 양러우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시후 양러우루는 뼈 없는 양고기 슬라이스와 양 대뼈를 기본으로, 당귀, 천궁, 구기자, 생강 등을 넣어 우려낸 약선형 또는 맑은 탕인 칭탕(清湯) 스타일이 많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미 이동식 노점에서 양고기탕, 양고기 볶음, 양고기 국수 같은 음식이 팔렸지만, 지금과 같은 전골냄비 요리 형태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그 과정에서 원래는 약재를 넣어 푹 끓이던 양고기탕 문화가,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나누어 먹는 양고기 냄비 요리로 발전했고, 오늘날 겨울철 보양 음식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양러우루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 2월까지가 성수기다. 그리고 설 연휴 가족 모임이나 회사의 연말 회식인 웨이야(尾牙) 자리에 자주 등장한다. 중장년층은 건강 관리와 보양을 위해 약선 스타일의 양러우루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 대만 외식 시장이 다양해지면서 마라훠궈나 일본식 샤부샤부, 스키야키 같은 메뉴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음식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건강과 로컬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는 트렌드에 따라 냉동 양러우루나 간편식 형태의 제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양고기 전골 스타일을 선보이는 매장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양러우루는 남부 지역의 지형과 양 사육 문화에서 출발해, 약선과 보양의 개념, 가족이 둘러앉는 식탁 문화까지 아우르는, 대만 특유의 풍부한 스토리를 지닌 겨울철 대표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보양식이라고 하면 주로 삼계탕과 같은 조류 고기를 생각하는데, 대만에서는 양고기를 보양식으로 먹으니 그 차이를 느끼며 먹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