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일용할 양식
현대인들은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밥을 거를 수는 없으므로 간편식이 인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간편식 중 하나가 주먹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만에도 그들만의 주먹밥이 따로 있다. 바로 츠판퇀(粢飯糰)이다. 츠판(粢飯)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것은 대만의 전통적인 아침밥 중 하나다. 원래 주먹밥을 의미하는 판퇀(飯糰)에 곡물을 의미하는 츠(粢)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 츠판퇀은 원래 중국 강남 지역 음식이다. 상하이와 장쑤 등 화둥 지방의 전통 아침 음식으로, 일제강점기 때 대만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만에서는 냉장고가 없었고, 광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식사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결국 남은 밥에 유탸오(油條), 러우쑹(肉鬆), 자차이(榨菜), 절인 채소 등을 넣어 대나무잎이나 천으로 싸서 만들어 먹었다. 광부들은 식사 전 밥을 손으로 힘 있게 눌러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먹기 편할 뿐 아니라 대나무잎의 향이 배어 맛이 더욱 좋아졌다.
대만의 츠판퇀은 뜨거운 찹쌀밥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며, 주로 타원형 또는 둥근 형태를 띤다. 일본의 차갑고 삼각형 형태의 오니기리(御飯糰)와는 다르다. 현대에는 참치, 햄, 옥수수, 짭짤한 달걀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쥐우바판퇀(巨無霸飯糰)' 등으로 발전했으며, 대만의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보통 두유, 커피, 홍차, 밀크티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요즘에는 취향에 따라 밥의 종류와 속재료를 골라 넣어 먹기도 한다. 타원형의 모양이다 보니 양끝이 막힌 누드 김밥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부실한 메뉴가 아닐까 싶지만, 속재료에 따라 일반 식사보다 더 영양가 있는 식사가 되기도 한다. 보통 다른 메뉴는 대만에서 먹어 보는 게 좋지만, 츠판퇀만큼은 한국에서 취향껏 만들어 즐길 수도 있을 듯하다.